지난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2차 그리스 구제금융이 합의됐다. 이미 집행되고 있는 1100억 유로의 1차 구제금융 이외에, 이번 결정에 따른 유로존 지원액과 민간부문 부채탕감액만 237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스의 2010년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액수다. 앞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도 GDP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구제금융을 각각 받기로 한 적이 있다.

유럽에서 위기를 맞은 나라에 대한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다른 유로존 국가로 위기가 옮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에 대비해 유럽구제금융기금 규모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은 논란이 많다. 이 문제는 3월1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금융위기는 복합적이다. 표면적으로는 구제금융의 문제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일부 유로존 회원국들의 과도한 정부부채, 낮은 산업경쟁력과 성장잠재력 등이 진정한 취약점이다. 물론 해당 국가들도 이런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많은 개혁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갈등 끝에 어렵게 결정된 개혁 조치들이 시행되면서 이들 국가의 상황이 나아질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를 정상궤도에 다시 올려놓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정부도 국민도 고단한 일상을 참아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지금까지 누려온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 저녁 TV 뉴스 화면에 거의 매일 보도되는 일부 유로존 회원국 시민들의 성난 구호와 폭력적 시위가 그들이 느끼는 좌절감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우리에겐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유로존 위기를 보면서 당장 수출 감소나 자금 유출 같은 부정적 영향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의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국제금융시장 위축 등 다양한 원인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빌린 돈을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해 원금과 이자를 갚고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분야에 낭비했다.

유로존이라는 단일 통화권의 신용에 기대어 갚을 수 있는 능력을 훨씬 넘도록 빌렸다. 단순하다. 그 단순한 점을 경시한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리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2011년 말 기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추정치는 3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02.4%와 비교하면 크게 양호한 수준이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 몸 한 곳에 병이 생기면 다른 곳도 편치 않게 된다. 경제 전체의 위기로 악화되는 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EU가 재정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도입한 개혁 조치들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지난 1월 30일 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신재정협약에 따르면 EU 회원국은 구조적 재정적자가 GDP의 0.5%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균형재정원칙을 헌법이나 유사 효력의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둘째, 균형재정 원칙에서 이탈하는 경우에는 시정 메커니즘이 자동적으로 가동돼야 한다. 셋째, 지난해 12월13일자로 발효된 EU의 경제조정능력(economic governance) 강화를 위한 종합법률에서는 연간 재정지출 증가율이 중기 GDP 성장률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를 그대로 옮겨오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 스스로 되뇌고 있는 만트라(기도나 명상 때 외우는 주문)이며, 우리 국민 전체의 만트라로 삼아야 할 때이다.

안호영 < 외교통상부 1차관·전 駐벨기에·EU 대사 hyahn78@mofat.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