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간 어린이집이 27일부터 임시 휴원을 예고하면서 맞벌이 부부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어린이집단체 측은 보육료 현실화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선거 등 내부 사정이 깔려 있다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2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어린이집분과위원회는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전국적인 집단 휴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민간분과위에 소속된 전국 어린이집은 1만5000여개. 이들 시설이 돌보는 아동은 75만명에 달한다. 따라서 집단행동이 현실화하면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일터로 가는 맞벌이 부부 등의 적지않은 불편이 예상된다.

휴원에 동참하는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어린이집이다. 대전 광주 충남 충북 전북 지역 어린이집은 집단 휴원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부모와 아동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지부는 각 지자체와 민간 어린이집을 상대로 휴원 불참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또 시설운영 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강경 조치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논란이 된 보육료는 2016년까지 현실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어린이집 측은 27, 28일 이틀 동안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부모를 위해 당직교사를 둘 예정이지만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휴업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간어린이집분과위원회는 이번 집단 휴원을 민간 어린이집의 열악한 운영 환경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분과위는 휴원을 결의하면서 정부에 보육료 현실화, 교사 처우 개선, 특별활동비에 대한 과도한 규제 철폐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나온다. 실제로는 27일 민간분과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현 집행부가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결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에는 현 분과위원장을 비롯해 5명이 출마했다. 위원회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인사들이 나섰다는 후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간 보육시설의 열악한 운영 환경에 대해 개선책을 만들고 있다”며 “이번 집단 휴원은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인터넷에도 “아이를 볼모로 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휴원 철회를 요구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당당하게 아이를 볼모로 시위하는 어린이집 운영자분들은 누구의 돈으로 운영하고 계신 것인지, 2년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사람에게 의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쪽지 하나로 휴원을 통보하니 정말 섭섭하다”고 썼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