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사주' 영향 잘못된 속설 퍼져
사전적 의미의 윤달은 ‘달력의 계절과 실제 계절의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연중 달수가 다른 해보다 많은 달’을 뜻한다. 우리 조상은 예부터 달이 차고 어그러지는 주기를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을 삶의 기준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태음력에서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354일이 걸리기 때문에 태양력의 365일을 기준으로 보면 매년 11일이 부족하게 된다. 이 때문에 3년에 한 번, 19년간 일곱 번의 윤달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태양력과의 차이를 바로잡도록 한 게 윤달의 유래다.
그렇다면 과거 조상 때부터 ‘윤달 결혼’을 꺼렸을까. 답은 ‘아니요’다. 1849년 쓰여진 동국세시기는 ‘윤달은 택일(澤日)이 필요없어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 만드는 데 좋으며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라고 기록했다.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윤달에는 귀신이 활동하지 않는다고 여겨 무슨 일을 하더라도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생각했다. 그래서 평상시 신이 두려워 하기 두려워했던 일들도 거리낌 없이 했고, 혼례나 이사, 조상의 묘를 정하는 일 등 중요한 일들을 이 시기에 집중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윤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게 된 건 중국의 역술인 ‘당사주’에서 유래한 것이란 설이 많다. 당사주에서는 음력과 양력의 차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윤달을 ‘비정상적으로 남는 달’이라 하여 ‘공달’이라고 부르며 꺼렸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속설이 우리나라에 잘못 퍼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이 시기에 결혼 등 경사를 거행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절대 결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미신으로 굳어졌다. 우리 조상들이 ‘복이 넘치는 시기’로 인식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윤달을 후손들은 극도로 꺼리고 있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