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쓰나미 상처 보듬은 힘은 기업·시민·지자체의 협동이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11 물의 마을이 사라진 날
나카하라 잇포 지음 / 이희라 옮김 / (주)에이지21 / 224쪽 / 1만3000원
나카하라 잇포 지음 / 이희라 옮김 / (주)에이지21 / 224쪽 / 1만3000원
논픽션 작가인 저자 나카하라 잇포는 재해 복구 역사를 다시 쓴 이시노마키시를 밀착 취재했다. 누가 어떻게 자원활동가를 모집하고 움직였는지, 그들을 움직인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주목했다.
1995년 한신대지진 이후 일본은 시민활동기구(NPO) 대국이 됐다. 대지진 후 일본의 시민활동촉진법(NPO법)이 제정됐다. 현재 10만여개의 NPO 법인이 활동하고 있지만 “피해 지역에 가지 않는 것이 자원활동”이라는 말이 트위터에 퍼질 정도로 우후죽순 몰려드는 자원활동가가 재해 지역에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자원활동가를 받지 않거나 소수만 제한적으로 받는 지자체도 많다.
저자는 “자원활동가를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 봉사자를 지속적으로 모집할 수 있는 노하우가 성공적인 재해 복구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이 중 사단법인 ‘피스보트’는 개인 자격으로 이 지역에 발을 디딘 젊은이들이 맡아서 조직한 유일한 비정부기구(NGO).
대규모 자원봉사단을 이끌었던 피스보트의 야마모토 다카시 대표는 우선 도쿄에서 재해 자원활동 설명회를 개최했다. 6명씩 조직을 짜고 체계적으로 기획해 1주일에 100명 파견, 활동 기간은 7박8일이 기본이나 최대 2주까지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렸다. 현장에는 하루 900명이 머물 대규모 텐트를 육상경기장과 다목적 운동장에 설치하고 가설 화장실을 지었다. 재해 복구 작업 규칙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생활 규칙을 정해 주민들과의 마찰을 없앴다.
재해 발생 한 달 후, 가메야마 히로시 이시노마키시장은 NGO자원봉사단 대표를 재해대책본부회의에 참석시켰다. 매일 피난 상황, 재해 성금 분배 등 하루의 성과를 숫자로 보고하면서 봉사단체는 행정가들의 신뢰를 얻었다. 주민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새로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화도 생겨났다. 모험가로도 잘 알려진 일본 아웃도어 회사 몽벨의 다쓰노 이사무 회장은 ‘아웃도어 지원대’를 만들어 300의 침낭과 방한구를 모으고 직원 300여명과 함께 재난 복구에 참여했다. 일본 IBM의 미식축구팀 ‘빅 블루’의 선수 8명은 하루 4 트럭 50대에 담긴 진흙과 잔해를 회수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저자는 “지자체의 협력, 자원봉사자들의 숙박과 화장실 문제를 해결한 기본 기획, 기업의 전문성이 만나 성공적인 이시노마키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