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상욱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DNA를 활용해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DNA와 반도체가 만나 어떻게 회로를 만들 수 있을까.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회로선폭은 0.7 배율로 줄어들었다(2000년 130㎚(나노미터)→2002년 90㎚→2006년 65㎚→2008년 45㎚→2010년 32㎚→2011년 22㎚). 내년에는 16㎚급이 개발될 예정이다. 선폭을 이렇게 줄이는 이유는 가로, 세로를 0.7배로 줄이면 회로 면적이 약 절반(0.7×0.7=0.49)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회로 면적이 줄어들면 더 많이 집적시킬 수 있어 용량이 늘어난다.

회로선폭을 새기는 데는 보통 광식각 기술(광리소그래피)이 사용된다. 실리콘 기판에 빛에 민감한 아주 작은 고분자를 바르고 빛을 쬐서 원하는 패턴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석희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관련 장비가 매우 비싼 데다 패턴 선폭을 줄이는 데 물리적 한계를 보이고 있어 대체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10㎚ 이하로는 현재 기술로는 더 이상 못 줄인다는 것이다.

김 교수팀은 DNA 오리가미(origami·종이접기), 일명 DNA 사슬접기 기술과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접목해 이 한계를 돌파할 단서를 확보했다. 2006년 처음 등장한 DNA 오리가미는 긴 단일 사슬 DNA와 짧은 단일 사슬 DNA를 결합시켜 나노 크기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DNA는 긴 이중나선 구조로 돼 있는데, 이 중 하나를 뗀 게 단일 긴 사슬 DNA다. 이를 회로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원하는 곳에서 잘 꺾어 방향을 조절해야 한다. 이때 꺾는 역할을 하는 게 단일 짧은 사슬 DNA다. 바느질을 하면서 실을 어느 한 곳에서 처매고 다른 쪽으로 바늘을 움직여 실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연구팀은 다른 물질과 잘 달라붙지 않는 그래핀에 특수 화학 처리를 해 선택적 흡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DNA 오리가미를 패턴화해 붙이는 데 성공하고 원자현미경 등으로 이를 증명했다. 관련 논문은 화학 분야 권위지 ‘앙게반테 케미’ 1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김 교수는 “이 기술로 2㎚ 선폭을 갖는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최근 그래핀 상용화에 내년부터 6년간 최대 2100억원 투입 방침을 밝히면서 ‘차세대 반도체’ 분야는 전략 분야에서 제외시켰다. 조기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