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선물세트' 학교폭력 대책 실효성 '글쎄'
3월부터는 학교장이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즉시 출석정지할 수 있게 된다. 담임교사가 2명인 복수담임제가 신설되고 인터넷 게임 시작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끝나는 ‘쿨링 오프(cooling off)제’도 도입된다.

정부는 6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작년 12월20일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반 만에 나온 범정부 대책이다. 김 총리는 “물밑에 감춰진 모든 폭력을 들춰내고 일진회 등 학교 폭력서클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선뜻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즉시 출석정지·일진경보제 도입

'종합선물세트' 학교폭력 대책 실효성 '글쎄'
피해 학생을 보호할 필요가 있거나 가해자가 신고자 등에게 보복 폭력을 행사하면 학교장이 즉시 무기한 출석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출석정지 기간은 출석일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수업 일수 미달로 유급될 수도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그동안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학교가 아무 조치를 할 수 없어 피해자가 전학가거나 보복폭행을 당하는 2차 피해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내 폭력서클인 일진회의 존재를 파악하는 지표(폭력모임 존재 여부·등교 공포로 인한 결석 유무 등)를 만드는 등 ‘일진경보제’도 도입된다. 정기적으로 무기명 표본조사를 벌여 일정 점수 이상이면 경찰이 즉각 개입하는 내용이다. 담임 이외에 부담임을 두고 학급을 공동 책임지게 하는 복수담임제가 올해 중학교부터 도입된다.

◆체육·인성교육은 강화, 게임은 규제

학생들이 신체활동 욕구를 발산할 수 있도록 중학교 체육활동 시간을 현재 주당 2~3시간에서 4시간으로 50% 늘리기로 했다. 모든 중학생이 1개 이상의 학교스포츠클럽에 가입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인터넷 게임 시작 후 2시간이 지나면 자동 종료되는 쿨링오프제가 도입된다.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10만명을 대상으로 게임 실태조사를 벌여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며 “게임 업체의 사회적 책임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3월부터 학교폭력 관련 징계사항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돼 고교·대학 입학전형에 반영된다. 학생부에 인성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적고 대입 자기소개서에 인성항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실효성은 ‘글쎄’

전문가들은 대체로 “방향성은 맞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게임중독 방지 대책이 거론된 방안들에 비해 강도가 약화됐다. 셧다운제 시간과 대상 연령 확대, 게임업체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이 검토됐지만 쿨링오프 도입과 게임물 심의 강화 수준에서 정리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게임 업계의 반발이 심해 여성부·문화부와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진 경보제의 실효성도 논란거리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학교별로 일진 지표를 만든다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책은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할 수 있다. 종합대책에는 학교 구성원들이 오는 8월까지 학생생활규칙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반입 또는 사용금지 등의 규칙 제정을 추진할 경우 이를 금지한 인권조례와 배치된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