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보금자리공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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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이번 대책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이곳의 수천개 영세 중소기업들은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보금자리를 빼앗기게 됐다’고 아우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웬일인지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이곳 기업인들은 머리띠와 꽹과리 현수막 등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몇몇 기업인들은 시흥시청 광명시청 LH광명지사 등에서 내달 중 벌일 집회를 앞두고 신고를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한 기업인은 “내달 하순께 수백명의 기업인이 참가하는 집회가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치 적벽대전을 앞둔 촉나라 진영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영세기업 입주는 '그림의 떡'
왜일까. 보금자리 ‘지구 내’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분양하면 재력있는 극소수 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입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대영 국제철강 대표(보금자리광명·시흥지구 기업이주보상대책위원장)는 “그동안 보금자리나 산업단지 개발사례에 비춰보면 이 지역 분양가가 3.3㎡당 최소 600만~700만원대에 이를 것”이라며 “산업단지 최소 분양면적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십억원이 있어야 내 공장을 마련할 수 있는데 이 돈을 한꺼번에 댈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곳에 있는 영세기업인들은 소가 살던 축사나 비닐하우스 등에서 공장을 돌리는 사람들이다. 직원 대여섯명에 사장도 작업복을 입고 선반 한 대를 맡아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보금자리지구 바깥의 저렴한 부지를 산업단지로 조성해 공급하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이 경우 3.3㎡당 200만~300만원대에 분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보금자리 내 산업단지에 정부가 소규모 공장을 지어 저렴하게 임대하는 것이다. 부지를 ‘분양’하지 말고 공장을 ‘임대’하라는 것이다. 이른바 ‘보금자리 공장’이다.
독일을 타산지석 삼아야
광명·시흥 보금자리는 면적(17.4㎢)이나 건립 가구(9만5000가구)가 분당에 버금간다. 이곳에서 공장을 돌리는 영세기업이 수천곳에 이른다.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은 중요하다. 하지만 임대주택 못지않게 중요한 게 일자리다. 이들 지역의 영세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1만여명에 이른다. 이들 자신이 임대주택 수요자들이다. 그런데 ‘잠자리’는 마련되는데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이보다 더한 난센스가 있을까. 이들 가운데는 수출업체들도 많다. 달러 획득의 실뿌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요즘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가 흔들리고 있는데 유독 독일만큼은 콧노래를 부른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는데도 유럽국가들은 오로지 독일만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 독일이 구원의 손길을 뻗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과 다른 나라들의 차이는 기업, 특히 제조업을 어떻게 대우하느냐는 것이다. 보금자리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