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22) 코닥의 몰락과 제품수명 주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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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130년이나 된 카메라 필름의 대명사 코닥이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누적적자로 인해 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때 90달러까지 갔던 주가는 1달러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왜 그렇게 됐을까. 이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만든 회사가 코닥이라고 한다.
제품수명주기론(product life-cycle theory)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생산해서 쓰는 상품들도 생물처럼 수명이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상품은 도입(introduction), 성장(growth), 성숙(maturity), 그리고 쇠퇴(decline)의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제품은 사회적 수요와 기술수준에 따라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상품으로 구체화된다. 이것이 도입단계다. 도입단계에서 상품으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확인되면 시장 수요가 늘면서 성장의 단계로 접어든다. 기업의 생산은 늘고 이윤도 점차 커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증가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마침내 시장 참여 기업들의 매출이 점차 감소하는 단계로 이행한다. 성숙단계이다. 성숙단계에서 생산자들은 제품의 수명주기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의 반응이 냉담해지면 판매와 이윤이 급속히 감소하는 쇠퇴의 단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제품수명주기론은 경영학에서 단계별로 변화하는 수요에 대응해 어떠한 마케팅전략을 강구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많이 알려져 온 모형이지만, 버논이라는 경제학자가 국제무역의 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응용하기도 했다.
카메라용 필름도 이런 제품의 수명주기가 쇠퇴단계로 끝나가기 때문에 코닥의 어려움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모를리 없던 코닥이 30여년 전에 새로운 제품을 창안해 놓고도 퇴출의 운명 앞에 놓이게 된 것은 제품수명주기론 자체의 한계 때문일 수 있다. 제품수명주기론에서 각 단계의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 또한 모든 제품이 쇠퇴 후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다음 단계를 위한 혁신의 시점을 찾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닥의 경우 이보다는 과거의 영화에 집착한 나머지 혁신을 위한 노력이 과감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며칠 전 나온 작은 뉴스 하나가 눈길을 끈다. 미국의 유명 도서유통기업이면서 출판 기업인 반스 앤 노블(Barnes & Noble)이 종이책 생산을 중단하고 전자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는 뉴스다. 혁신은 시간을 잘 선택해야 하고 과감해야 한다. 머뭇거려서야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왜 그렇게 됐을까. 이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만든 회사가 코닥이라고 한다.
제품수명주기론(product life-cycle theory)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생산해서 쓰는 상품들도 생물처럼 수명이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상품은 도입(introduction), 성장(growth), 성숙(maturity), 그리고 쇠퇴(decline)의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제품은 사회적 수요와 기술수준에 따라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상품으로 구체화된다. 이것이 도입단계다. 도입단계에서 상품으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확인되면 시장 수요가 늘면서 성장의 단계로 접어든다. 기업의 생산은 늘고 이윤도 점차 커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증가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마침내 시장 참여 기업들의 매출이 점차 감소하는 단계로 이행한다. 성숙단계이다. 성숙단계에서 생산자들은 제품의 수명주기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의 반응이 냉담해지면 판매와 이윤이 급속히 감소하는 쇠퇴의 단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제품수명주기론은 경영학에서 단계별로 변화하는 수요에 대응해 어떠한 마케팅전략을 강구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많이 알려져 온 모형이지만, 버논이라는 경제학자가 국제무역의 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응용하기도 했다.
카메라용 필름도 이런 제품의 수명주기가 쇠퇴단계로 끝나가기 때문에 코닥의 어려움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모를리 없던 코닥이 30여년 전에 새로운 제품을 창안해 놓고도 퇴출의 운명 앞에 놓이게 된 것은 제품수명주기론 자체의 한계 때문일 수 있다. 제품수명주기론에서 각 단계의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 또한 모든 제품이 쇠퇴 후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다음 단계를 위한 혁신의 시점을 찾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닥의 경우 이보다는 과거의 영화에 집착한 나머지 혁신을 위한 노력이 과감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며칠 전 나온 작은 뉴스 하나가 눈길을 끈다. 미국의 유명 도서유통기업이면서 출판 기업인 반스 앤 노블(Barnes & Noble)이 종이책 생산을 중단하고 전자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는 뉴스다. 혁신은 시간을 잘 선택해야 하고 과감해야 한다. 머뭇거려서야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