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다이아몬드 스캔들
작가 박완서 선생은 ‘다이아몬드에 저항할 수 있는 건 다이아몬드뿐’이라고 했다. 또 다이아몬드를 ‘아무에게도 정복돼 본 적이 없는 오만불손한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다이아몬드라는 말은 ‘정복할 수 없는’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했다. 그래선지 인간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보석으로 꼽힌다.

다이아몬드가 혼인 예물로 쓰이게 된 건 15세기 후반부터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막시밀리안 공이 프랑스 부르고뉴 왕국의 공주에게 청혼하며 다이아 반지를 선물한 게 계기가 됐단다. 에메랄드가 청순, 루비가 정열을 의미한다면 다이아몬드는 영원을 상징한다. 영원의 상징으로 된 데에도 사연이 있다. 다이아몬드 메이저 업체 드비어스사의 광고 카피 덕이다. 1947년 프랜시스 게레티라는 카피라이터가 고심을 거듭한 끝에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라는 명카피를 만들어냈다. 드비어스사는 이를 변치 않는 사랑과 연결시켜 혼인 예물로 무수히 팔려나가도록 했다.

다이아몬드가 비극의 씨앗이 된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 45.52캐럿짜리 ‘호프 다이아몬드’다. 인도의 한 농부가 발견한 이후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거쳐 1830년 아일랜드의 헨리 호프(Henry Phillip Hope)가 소유하게 되면서 ‘호프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소유자들의 상당수는 살해됐거나, 고문을 당해 죽거나, 자살했거나, 정신이상을 일으켰다고 한다. 지금은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아프리카 내전 지역에서 채굴돼 불법 거래되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도 비극이 깃들어 있다. 앙골라 시에라리온 등의 반군과 정부군이 다이아몬드 채굴로 챙긴 막대한 자금을 무기 구입이나 용병 고용 등에 사용해 온 탓이다. 그로 인해 37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도 있다. 유엔 주도로 2003년부터는 ‘미분쟁 원산지 증명서’를 갖춘 다이아몬드만 거래되도록 하는 ‘킴벌리 프로세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업체 CNK의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된 ‘다이아몬드 스캔들’이 확산되고 있다. 외교부가 사실을 부풀려 보도자료를 발표, 주가를 띄우고 담당자의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시세차익을 얻게 했다니 어이가 없다. 다이아몬드가 영원한 사랑 대신 화를 부르고 말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