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법관제 앞두고 법원장 줄사퇴
다음달 법관 정기인사에 처음으로 평생법관제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법원장급 고위 법관 여러명이 사의를 표했다. 이에 따라 법원장이 2년 임기를 마치고 일선 재판부로 복귀하는 순환보직을 골자로 한 평생법관제 시행이 시작부터 난항을 하는 게 아니냐는 법조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최은수 특허법원장(58·사법연수원 9기), 유승정 서울남부지방법원장(57·11기), 안영률 서울서부지방법원장(55·11기) 등 법원장 3명이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법원장급 고위 법관 1~2명이 사퇴를 놓고 고민 중이며, 김용섭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6·16기)도 사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2월의 정기인사를 앞두고 고위 법관들이 법복을 벗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원장이 임기 후 일선에서 다시 재판을 하도록 해 정년까지 판사로 근무토록 하는 평생법관제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상황이 미묘하다는 게 법원의 시각이다.

고위 법관들의 중도 사퇴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차원의 ‘용퇴’로 받아들여지는 등 법원의 기수·서열문화를 바로잡고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차원에서 양 대법원장이 취임 후 내놓은 주요 정책이 처음부터 안착을 제대로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그러나 “평생법관제가 시행 초기에는 혼란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운/이현일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