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 항우는 한나라 유방을 제거하고 천하통일을 이루기 위해 홍문에서 연회를 연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고사가 유래한 장면이다. 항우의 부하들은 유방을 포위해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때 유방의 책사 장량은 시간을 벌려고 항우의 책사 범증에게 바둑을 청한다. 두 사람의 바둑이 진행되면서 양측의 긴장도 절정으로 치닫는다.

‘초한지-천하대전’은 기원전 200년께 중국 진나라 말기의 두 영웅 유방과 항우의 대결을 담았다. 두 영웅 못지않게 지략가들의 싸움을 비중 있게 다뤘다. ‘바둑’이 상징하는 참모들의 대결은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지만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바둑의 판세를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것처럼 참모들의 지략은 금세 덜미를 잡히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반전도 곁들여진다.

유방과 항우의 리더십도 비교한다. 항우는 기개와 힘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지만, 유방은 포용력으로 포섭한다. 이 극명한 리더십 차이로 두 영웅의 운명도 갈린다.

초한지에 나오는 금의환향(錦衣還鄕) 다다익선(多多益善) 사면초가(四面楚歌) 등의 고사들이 유래한 장면들을 읽어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항우와 그의 여인 우희의 이별을 다룬 패왕별희(覇王別姬), 유방이 한신을 제거하는 토사구팽(兎死狗烹)도 등장한다.

두 영웅의 대결은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구현됐다. 컴퓨터 그래픽과 대규모 세트로 함양성과 무관성을 복원했고, 황제 즉위식이나 대규모 전투신에는 수천명을 동원했다. 컴퓨터 그래픽은 한국의 넥스트 비주얼이 해냈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항우 역에는 펑사오펑(馮紹峰), 유방 역에는 리밍(黎明)이 캐스팅됐다. 중국에서는 2주간 1위를 했다. 상영 중.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