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최근 고용노동부에 ‘근로개선 계획서’를 제출했다. 핵심은 오는 3월 말까지 잔업·특근이 많은 엔진·변속기 공장 등 일부 생산라인의 근무 형태를 현행 ‘2조 2교대’에서 ‘3조 3교대’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근무 형태 변경으로 1400명 이상 신규 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초과 근무를 줄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시도는 매우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용부도 이 같은 내용의 계획서를 즉각 승인하는 등 기대가 많다.

문제는 ‘비용’이다. 생산 규모는 동일한데 채용 인원이 1400명 늘어난다면 다른 쪽에서 그만큼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회사 측과 노동조합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주문 폭증으로 초과 근로 늘어

‘2조 2교대’는 2개 근무조가 주야간 맞교대로 12시간 단위로 교대 근무하는 것이고, ‘3조 3교대’는 3개 근무조가 8시간 단위로 교대 근무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노동자의 근무시간은 하루 4시간 줄어든다. 물론 일감이 적을 때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줄어드는 근무 시간은 하루 2시간 정도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기아차가 근로 형태를 바꾸기로 한 것은 주문량 급증으로 ‘초과 근로’가 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울산·아산공장의 엔진·변속기 생산라인은 지난해부터 물량이 달려 주간조와 야간조가 하루 최대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다른 생산라인 근로자들도 엔진공장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대부분 법정 연장 근로시간(주 12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있다. 비록 법 위반이지만 회사는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주문량을 소화할 수 있고 근로자들은 월급 봉투가 두둑해져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근로 형태였다.

◆근로형태 변경 시 임금 감소 우려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한국GM 르 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자동차업계의 초과 장기 근로 문제는 지난해 말 고용부의 현장 실태조사에서 적발됐다. 이를 계기로 근로 형태를 아예 바꾸겠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방침이다.

문제는 근로 형태 변경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시급제로 계산되는 임금도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노동조합 쪽에서는 쉽게 동의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금속노조는 지난 5일 발표한 논평에서 “3조 3교대가 무엇인가. 밤샘노동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반대했다. 회사 측은 “3조 3교대제 시행은 앞으로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별도로 현행 주야간 맞교대를 내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로 바꿀 계획이다. 근로자의 건강권 회복을 위해 밤샘 근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작업시간이 평균 2시간 정도 줄어들어 연간 18만7000대가량 자동차 생산이 감소한다. 근로자의 임금도 줄어들게 된다.

회사 측은 주간 연속 2교대 시행을 위해 설비개선에 3256억원을 투자, 생산성을 높이기로 했다. 근무시간이 단축되더라도 노동생산성(시간당 자동차 생산대수)이 높아져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임금을 더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교대 근무 변경에 따른 근로시간 감소분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생산성 향상이 관건

현대·기아차 노사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생산성을 그만큼 높여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찾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노동숙련도가 높아져야 한다. 밤샘 근무와 함께 장기 초과 근무를 없애는 만큼 노동자들의 건강이 개선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노조 측은 노동 강도 강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구체적인 협의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근무 형태 변경뿐만 아니라 인력 전환 배치를 하는 데도 일일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노조가 임금 등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일자리 창출은 힘들다”고 말했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도 “거대 노조의 집단이기주의가 고용 창출을 막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정부가 고용 창출과 관련해 기업만 압박하지 말고 노조의 비합리적인 요구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도 양보해야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개선되고 일자리도 창출된다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