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인공 아닌 '방관자' 머물러…대학생 30% "희망하는 직업 없다"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의 저자 김수영 씨(30)는 지금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검정고시로 전문계인 여수정보과학고에 진학했고 대학 진학이 쉽지 않을 거라는 주위의 수군거림 속에서도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2004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뒤 자신의 몸에서 암세포를 발견하고 인생 경로를 바꿨다.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꿈 73가지 리스트를 작성한 뒤 첫 번째 꿈인 ‘전 세계 돌아다니기’를 위해 2005년 영국으로 떠났다. 그는 런던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2007년부터 세계 최대 에너지 회사인 로열더치셸의 카테고리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암을 완치한 그는 이제 ‘감동이 있는 소설 쓰기’ ‘한의학 공부하기’ 등에 도전하고 있다.

◆주인공이 아닌 삶

삶의 주인공 아닌 '방관자' 머물러…대학생 30% "희망하는 직업 없다"
모든 청년들이 김씨처럼 살 수는 없다. 그와 같은 스토리는 드물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써내려갔다는 점은 팍팍한 현실에 부대끼는 청년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청년들의 좌절이 사회 경제적인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그들이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전국 대학생 10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년층 진로지도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취업 희망 직종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30.2%에 달했다. 희망 직종이 없는 이유로는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몰라서’(58.7%)가 압도적이었다. 임후남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실 팀장은 “대학 생활은 중·고교 생활보다 자율성과 그에 따르는 책임성이 더 커야 하는데 한국 대학생들은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수동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과도한 관심도 청년들의 독립심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취업준비생을 둔 부모 2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6.5%가 자녀 취업 준비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할 기업을 골라준다’(38.4%),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함께 작성한다’(20.2%)는 부모도 상당수였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사실 지금 한국 청년들의 문제는 세계 모든 젊은이들이 비슷하게 느끼고 있는 것들인데 매스컴에서 ‘분노’라는 부정적인 키워드로 청년들을 부추기는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현실을 조롱하고 냉소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침반이 돼 줄 교양도 부족

삶을 지혜롭게 꾸려갈 수 있는 바탕인 인문학적 소양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2010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대학생은 연 220만4182명에 불과했다. 작년 대학 등록생이 364만3468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학생 한 명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횟수는 1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그나마 20대들이 읽은 책들도 인문 사회과학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전국 345개 대학 도서관의 상반기 대출 현황’에 따르면 소설 ‘1Q84’가 52개 대학에서 대출 1위로 집계됐다. 올해 인터넷 전문서점 예스24에서도 20대가 가장 많이 구입한 도서 상위 목록 20개 중 토익 문제집이 6종, 소설과 자기계발서는 9종이나 올랐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지 않으면 삶의 좌표와 인생의 롤모델을 찾기 힘들다”며 “특히 청년 시절에 쌓은 교양은 평생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대학생들의 독서 행태는 아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사회성도 부족

사회성이 부족해지는 것도 한국 청년의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몬이 대학생 3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7.3%가 ‘나는 아웃사이더’라고 답했다. 인크루트가 대학생 44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4.9%가 ‘나는 나홀로족’이라고 응답했다.

최운실 평생교육진흥원장은 “새로운 세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입체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지만 현 상황을 보면 오히려 사회와 단절되고 있다”며 “동년배는 물론 기성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