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길을 만드는 사람들
산을 사랑했고, 늘 도전에 목말랐던 영원한 산 사나이. 박영석 대장이 동료들과 함께 안나푸르나의 품속에서 영원한 전설로 남게 됐다. 박 대장은 평소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자주 불렀다고 한다. 산과 도전밖에 모르던 ‘아름다운 바보’는 그렇게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의 품에 영원히 안겼다. 자연으로 돌아간 그분에게 영원한 평화와 안식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그는 정상 정복을 중시하는 ‘등정주의(登頂主義)’보다 어려운 루트(route) 개발에 무게를 두는 ‘등로주의(登路主義)’를 지향했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 ‘새로운 길’을 만들고자 했다. 등로주의란 말에서 ‘로(路)’는 단순히 루트가 아니라 방법(way)의 의미다.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들고자 하는 도전과 개척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안주하려 들고 도전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세상에 주인은 없습니다. 세상의 주인은 도전하는 자의 것입니다. 도전하십시오. 그리고 세상의 주인이 되십시오.” 박 대장의 고귀한 신념이 담긴 인터뷰 내용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결과를 중시하는 등정주의와 과정을 중시하는 등로주의가 있다. 길을 만드는 사람들은 ‘있는 길’을 제쳐 두고 ‘없는 길’을 찾는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왜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느냐는 물음은 그 자체가 우문일 것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역사뿐 아니라 우리의 삶도 다가오는 수많은 도전에 대해 어떻게 응전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은 끊임없이 도전하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와 인류 최초로 지구 일주 항해에 성공한 마젤란, 하늘로 나는 꿈을 실현한 라이트 형제, 미지의 달 표면에 역사적인 발자국을 남긴 암스트롱 등 고고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든 사람들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통해 오늘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은 한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도전에 재도전을 거듭하며 이뤄낸 역사다.

누구나 실패는 할 수 있지만 절대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실패는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용기를 주지만 포기는 다시 도전할 수 없게 만드는 두려움만을 남길 뿐이다. 우리의 삶에서 희망과 절망은 언제나 반복된다. 어떤 어려움과 시련이 닥쳐도 혼신을 다해 극한까지 버텨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신만의 길을 만들자. 부지런히 걷자.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앉지 말자. 방향을 정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걷는다면 발자국 위로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오늘도 새로운 길을 만들고 계신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

전현희 < 국회의원 elysiaj@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