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로 뻔뻔한 FTA 괴담 만들어 내기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둘러싸고 괴담 수준의 온갖 유언비어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과학적 논쟁은 실종되고 사실과는 전혀 다른 근거없는 주장들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저차원의 음모론적 주장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린 것이다. 오죽하면 트위터 이용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제발 괴담에 현혹되지 말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ISD를 둘러싼 루머 양산은 광우병 사태를 꼭 빼닮고 있다. 트위터 상에서 "ISD 때문에 수도, 전기 등 정부사업이 민영화돼 요금이 뛸 것"이라는 등 밑도 끝도 없는 주장들이 난무하는 것도 다를 게 없다. ISD로 인해 공공정책이 망가질 것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근거없는 기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이 버젓이 먹혀드는 것도 똑같은 양상이다. ISD야말로 해외투자가 많은 한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제도다.

괴담의 진원지는 일부 사이비 지식인들과 민주당이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미국 회사가 철로 위 불법 거주자를 쫓아달라고 과테말라 정부를 제소한 것도 ISD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벡텔이 볼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겨 경찰이 서민 식수용 빗물통을 부수고 다녔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테말라 철도 문제의 본질은 철도 운영권 다툼이었지 ISD 때문이 아니다. 볼리비아 물 사건도 ISD와 무관하게 부패로 물든 권력과 외자의 결탁 문제일 뿐이다. 더구나 빗물통을 부수고 다니는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다. 실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괴담을 정당의 지도자들이 퍼뜨리고 있다. 괴담이 만들어지기 무섭게 좌파단체들은 SNS를 통해 이를 조직적으로 확산시켜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 이것이 선진국 문턱에 왔다는 한국의 수준이다.

논쟁에도 기본적 질서라는 게 있는 법이다. ISD는 대중적 논쟁에 맡겨도 될 그런 주제가 아니다.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수준의 과학적 논쟁이 필요하다. 광우병 문제를 놓고 수의사인 아버지와 뒷골목 괴담을 맹신하는 철부지 아들이 논쟁을 벌일 수 없듯이, ISD 문제도 노련한 통상전문가들이 다뤄야 하는 이슈다. 우리는 그 어처구니없는 광우병 소동이 끝난 뒤 지식인을 자처하는 그 어떤 선동가들로부터도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는 발언을 들어본 적이 없다. 실로 뻔뻔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