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내가 중국인 직원들에게 일할 때 절대로 쓰지 말라고 했던 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차부둬(差不多)'인데 글자 그대로 '차이가 많지 않다'는 뜻이고 의역하면 '그저 그렇다' 혹은 '무방하다'쯤이 되겠다. 당시 회사에서 제조한 제품 중 한 랏트가 최종 출하전 품질검사에서 불합격된 일이 있었다. 원인을 추적했더니 한 중국인 제조책임자가 원료를 배합하면서 한 가지 원료를 시방서보다 많이 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어찌된 일인가 따지는 내게 그 직원이 하는 말."차부둬!" 그리 많이 넣은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따지느냐는 말투였다. 만약 그때 그 제품 랏트가 그대로 출고됐다면 당연히 엄청한 약화(藥禍) 사고를 냈을 것이다. 총경리(사장)였던 나의 운명이 중국 땅에서 어떻게 됐을지 지금도 아찔하다.
두 번째로 금지한 건 '지번샹 커이(基本上可以)'란 말이다. 기본적으로 '가능하다' 혹은 '다 됐다'는 뜻이다. 이 말은 어떤 업무 지시를 해놓고 기한이 돼 결과를 가져오라 하면 십중팔구 듣게 되는 대답이었다. '대체로 다 됐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확인해 보면 시작도 안 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래서 나는 위의 두 가지 말을 회사 내 절대 금기어로 만들어놨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것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중국인들의 언어습관은 대륙인다운 대범함을 보여주는 것 같기는 하지만 부작용 또한 많은 것을 목격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당시 중국 대도시에 초현대식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는데 안에 들어가보면 건물 내 각방의 출입문들이 문틀에 꼭 들어맞는 것이 드물었다. 외관상으로는 서구의 어느 대도시 못지 않은 규모에다 건축 예술적 감각까지 뽐내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차부둬,지번샹 커이' 정신의 부작용으로 읽힐 만했다. 요즘은 많이 개선됐지만 대도시 변두리나 지방군소 도시의 빌딩들은 아직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런 정신이 비단 중국인에 국한된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라"는 등의 혁신적 생각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옳은 말이고 우리 국민 모두가 지향해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들에게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기본을 지키고 성실히 일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본적인 매뉴얼 하나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혁신이라는 겉멋만 부리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인다. 기본에 맞춰 정확하게 일하는 자세를 갖춘 다음에야 도전도 할 수 있고,참다운 혁신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