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이웃사촌…초·중·고 함께 다닌 '3총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우리는 절친 - 김경호 사장·구자명 회장·최한영 부회장
"옛날에 공부도 같이 하고 함께 놀기도 했던 막역한 사이죠.50년이 훨씬 넘은 진짜 '죽마고우'들입니다. 허허."(최한영 현대자동차 상용사업담당 부회장)
"우리 셋은 서울 장충동에서 담장 하나 두고 붙어 사는 이웃사촌이었습니다. 부모형제도 다 친했지요. "(김경호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 사장(58)과 최 부회장(59),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59)은 어릴 때부터 동고동락해온 '절친'이다. 초등학교와 중 · 고교까지 함께 다녀 친구들이 '장충동 3총사'로 불렀을 정도다. 이들이 다녔던 서울 장충국민학교(현 장충초교)는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이었다. 박근혜 정몽준 국회의원도 장충초 출신이다.
3총사가 매우 친해진 계기는 장충초 과외그룹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바로 옆집에 살았던 세 사람은 한 그룹으로 과외를 받았다. 김명윤 전 국회의원(현 한나라당 상임고문 · 김 사장의 부친)과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구 회장의 부친),고(故) 최보현 옹(최 부회장의 부친) 등 3총사의 부모도 이웃사촌으로서 왕래가 잦았던 사이다.
"당시 좋은 과외그룹에는 웃돈을 얹어주고라도 애들을 끼워넣으려고 애쓰던 시절인데,우리 그룹은 괜찮은 축이었지요. 세 사람의 집을 번갈아가며 대학생 선생님을 초빙해 영어 국어 산수 등을 배웠습니다. 어머니들은 선생님들 월급날마다 한데 모여 봉투를 전달하면서 친분이 두터워졌지요. 그때부터 지금껏 세 명이 함께 부대끼며 지냈습니다. "(김 사장)
3총사는 최고 명문인 경기중 · 고에 나란히 진학했다. 머리가 굵어진 고교 3총사는 공부도 같이 했지만 노는 것도 함께했다. 김 사장은 "세 명이 함께 이화여고 학생들과 미팅을 한 적도 있다"며 "구 회장은 인물이 훤하고 잘 놀아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고,최 부회장은 씩씩하고 남자다워 여학생에게 가장 먼저 접근했다"고 회고했다. 김 사장은 일종의 바람잡이 노릇을 했다.
구 회장의 인화(人和 · LS의 전신 LG그룹의 사훈),최 부회장의 추진력(현대차그룹의 강점),김 사장의 진흥과 조정능력(정부 · 공공부문의 역할)이 고교 시절부터 나타난 셈이다.
3총사는 1971년 대학에 진학해서도 여전히 어울려 다녔다. 구 회장과 김 사장은 각각 서울대 정치학과와 행정학과에,최 부회장은 한양대 영문학과에 갔지만 여행을 가거나 미팅할 때는 항상 함께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의 방향은 서로 달랐다. 김 사장은 1977년 행정고시(21회)에 합격해 공무원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거쳐 지난달부터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 부회장과 구 회장은 기업인이 됐다. 최 부회장은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현대차로 옮겼고,2009년 부회장에 올랐다. 구 회장은 쉐브론 · 호남정유 · LG상사 · 극동도시가스 등 에너지 기업들을 거쳐 2009년부터 LS니꼬동제련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장충초 출신 9명이 모이는 '한심회(閑心會)'가 그것이다. 3총사가 주축이 돼 1년에 두 번씩 부부동반 모임을 갖는다. 최 부회장은 "어감이 이상하지만 바쁜 와중에 친구들끼리 마음을 한가롭게 하는 시간을 갖자는 뜻에서 이름을 한심회로 지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