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아파트 건설과정에서 레미콘 자재비를 빼돌리거나 폐레미콘을 사용하면서 이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은 대기업 건설사와 자재업체 수십 곳의 직원 81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일 대기업 건설사 18개사 현장소장 등 50명이 2009년 7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레미콘 업체 등 8개 자재회사와 짜고 레미콘 비용을 20%가량 부풀리는 수법으로 8억원 상당을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경찰은 이 가운데 현장소장 A씨(55) 등 49명을 사기와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하고 1억6000만원을 챙긴 대기업 B건설사 직원 C씨(35)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또 납품을 계속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건설사 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공사비 부풀리기에 공모한 혐의(배임증재 등)로 레미콘 업체 6곳을 적발해 이 중 부산의 D사 대표 E씨(63)와 대기업 5개사 공장장 등 레미콘 업계 29명과 타일, 목재회사 각 1명씩 모두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적발된 레미콘 업체 중 3개사는 불량 판정을 받은 레미콘을 폐기하지 않고 타설하거나 다른 제품과 섞어 재사용하는 수법으로 221회에 걸쳐 1억5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불량 혹은 정량 미달의 자재가 사용된 부산의 아파트 11곳과 공장 3곳,대학교와 도시철도,전력구 등 관급공사 14곳 등 모두 28곳의 현장에 대해 공인기관에 의한 구조진단을 실시하도록 해당 건설사에게 권고했다.진단 결과 부실시공으로 인한 안전도 문제가 확인되면 무더기 재시공 사태로 이어질 전망이다.적발된 건설사와 레미콘 업체는 산업표준화법과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어긴 혐의로 판매정지나 영업정지 및 과징금 조치를 받게 될 전망이다.

현장의 건설업체 관리자들은 레미콘업체들에게 실제보다 많은 양을 타설한 것처럼 가짜 납품서(송장)를 만들어 오라고 요구한 뒤 이를 건설사 본사에 제출해 대금이 레미콘업체에 입금되면 차명계좌나 현금으로 되돌려 받았다.하지도 않은 계단 타일 공사를 한 것처럼 가짜 영수증을 꾸미거나 목재를 납품받은 뒤 대금이 지급되면 물품을 반환한 뒤 돈을 돌려받는 수법도 썼다.해외여행과 골프 경비는 물론 수시로 금품을 챙기고 향응을 받았다.
자재업체들은 주문이 끊길까 봐 건설사 측이 요구하는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한편 한 술 더 떠 레미콘 차량(정량 6㎥) 한 대당 0.5㎥씩 적게 타설하는 눈속임 수법으로 돈을 빼돌려 이를 금품과 향응 자금으로 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