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총리는…총리 외상 배출한 '일본의 케네디家' 장손, 戰後 첫 정권교체 이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너무 많은 것을 갖춘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일본의 케네디 가문'이라고 불릴 정도다. 증조부는 귀족원(현 참의원) 의원을 지냈다. 할아버지는 총리를 지냈고 부친은 외상을 역임했다. 동생인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는 자민당 소속 중의원으로 총무상을 지냈다.

외가도 남부럽지 않다. 외할아버지는 세계적인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의 창업자다. 돈과 명예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 역시 돈이 많다. 예금액만 12억엔(170억원)이 넘는다. 도쿄와 지역구인 홋카이도에 대저택이 있고,나가노현에는 2000평이 넘는 별장을 갖고 있다. 1996년 민주당 창당자금도 그가 댔다.

일본처럼 세습정치가 만연한 나라에서 하토야마 가문의 장손이라는 프리미엄은 엄청나다. 중의원 한 자리 정도는 문제가 아니다. 집안에서도 당연히 도쿄대 법대나 정치학과를 나와 정치인의 길을 걸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처럼 정치인 DNA가 핏속에 흐르는 하토야마 전 총리지만 첫 출발은 정치와 무관했다.

1965년 18세이던 하토야마 전 총리는 엉뚱하게도 도쿄대 공대를 지망했다. '이제부터는 엔지니어의 시대'라는 신념 때문이다.

그의 부인 하토야마 미유키(鳩山幸) 여사는 일본의 유명한 배우 등용문인 다카라즈카(寶塚) 극단 출신이다. 상하이에서 태어나 1960년대 영화배우로 데뷔했고 197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유학 중이던 청년 하토야마를 만나 결혼했다.

미유키 여사도 남편만큼 별난 '외계인'이다. 자서전 성격의 책에 "UFO(미확인비행물체)를 타고 금성에 갔다 왔다"고 적거나,언론 인터뷰에서 "시어머니와는 잘 안 맞는다"고 말할 정도다.

하토야마 전 총리 부부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미유키 여사는 이병헌 이서진 등을 좋아하는 한류 팬이고 하토야마 전 총리는 취임 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