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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밤하늘에 울려퍼진 '평화의 합창'

베토벤 교향곡 전곡 완주 "역시 바렌보임…앙코르"

'당신의 마법으로 다시 뭉쳐 모든 인류는 한 형제가 된다. (…)모든 사람들아,서로 포옹하라.온 세상을 위한 입맞춤을!'

66주년 광복절 저녁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 어둠이 내리자 1만명의 관객이 모인 평화누리 야외 공연장에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 퍼졌다. 푸른 초원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여름밤 음악회를 즐겼고,4악장 '환희의 송가'가 끝나자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며 평화의 선율을 전하고 있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한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지난 나흘간의 공연보다 활기찬 연주와 호흡으로 최상의 화음을 만들어냈다.

바렌보임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냉방 문제를 지적하며 지휘를 중단했던 전날의 해프닝과 달리 지휘봉을 현란하게 휘두르며 오케스트라와 100여명의 합창단을 이끌었다. 무대 앞에 특수 냉방장치를 설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1악장이 장대하게 펼쳐지자 1만명의 관객은 한껏 부푼 기대감으로 무대에 집중했다. 2악장에서는 숨이 멎을 듯한 스케르초에 이어 소나타와 푸가토가 흘렀다. 1악장 초반과 2악장 중반에 울어댄 매미와 귀뚜라미 소리가 옥에 티로 남았지만 관객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을 때 시작된 3악장은 느리고 부드럽게 흘러 4악장 피날레를 준비하듯 객석을 가라앉혔다. 2악장과 3악장 사이에 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소프라노 조수미,메조 소프라노 이아경,테너 박지민,베이스 함석현이 4악장의 합창을 위해 등장했다.

4악장 피날레가 시작되자 객석은 전율했다. 짧고 소란스러운 서주가 끝나고 안정된 톤의 베이스 함석현이 '오 친구여 이 곡조보다 더한 것 없으리,더 희망찬 노래를 부르세'라며 레티타티보를 시작했고 환희의 주제를 이어받은 조수미와 이아경은 맑은 화음으로 노래를 이어갔다. 박지민도 맑고 또렷한 소리로 화답했다.

서울모테트합창단,국립합창단,고양시립합창단으로 이뤄진 연합합창단은 완벽한 화음과 강약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이 끝난 후 바렌보임은 합창단원들을 향해 손으로 키스를 날려 보내기도 했다.

닷새간의 공연에서 바렌보임은 삶의 굴곡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관객들은 연주를 마치고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일일이 찾아가 꽃을 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푸근한 모습과 냉방을 문제 삼아 무대에서 퇴장해버린 지휘의 거장을 동시에 만났다.

테러 위협 속에서도 중동 평화를 위해 지휘했던 그는 공연 직전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의 비무장지대에서 연주할 베토벤의 '합창'이 평화의 메시지를 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만명의 관객은 이날 그의 바람대로 뜨거운 인류애와 화합의 메시지에 기립박수를 쏟아냈다.

임진각=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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