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광 씨의 '섹스낙서상-낙서나라 탐방기4'는 섹스와 문학상을 연결하고 촌평을 통해 성을 무겁게 생각하는 경향을 풍자한다. 조헌용 씨의 '꼴랑'은 카섹스족이 범람하는 시대에 한 마을의 노부부가 손수레를 사랑의 무대로 활용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도언 씨의 '의자야 넌 어디를 만져주면 좋으니'는 양성애자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남녀 애인 사이에서 방황하다 결국 사물인 의자에서 성적 위안을 찾는다는 이야기로 불구적인 현대인의 의식을 묘사했다.
절망한 가장이 젊은 여성을 통해 용기를 되찾는 김종은 씨의 '흡혈귀',해체된 언어로 성에 대한 물질성을 느끼게 만드는 김태용 씨의 '육체 혹은 다가오는 것은 수학인가' 등도 눈길을 끈다.
김태용 씨는 "쾌감을 느끼지만 지루하고 우스꽝스러운 행위인 섹스를 글쓰기와 맞물려 써 보려 했다"고 말했다. 박상 씨의 '모르겠고'의 주인공은 일본 AV(성인비디오) 배우를 만나 지중해의 한 섬에서 마법 같은 사랑을 나눈다. 은승완 씨의 '배롱나무 아래에서'는 섹스가 불가능한 신체를 갖고 태어난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섹스와 사랑의 관계를 탐색했다.
권정현 씨의 '풀코스'는 안마방 키스방 등 여러 유형의 퇴폐적인 '방 문화'를 통해 현대의 성풍속도를 살폈다. 권씨는 "5년 전만 해도 섹스에 대한 글을 쓰자는 제안을 거절했을 작가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이번 소설집이 성 담론에 대한 엄숙주의가 해체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김도언 씨는 "작가는 작품을 쓰는 마지막 순간까지 성이라는 주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번 소설집이 우리사회 이중성의 그물을 찢어 없애고,소설에 대한 진지한 명상과 사유의 계기를 만드는 메신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승철 문학사상 기획위원은 "한국에서도 섹스를 주제로 자유롭게 글을 쓸 때가 됐다는 생각으로 이번 소설집을 기획했다"며 "섹스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성향의 작가들이 필요할 것 같아 30~40대 남성 위주로 필자를 꾸렸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