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고향시장·군수-강진] 김재철 회장의 '강진 사랑'…32년간 4800명에 50억 장학금
한때 농업인 꿈꾸다 진로 바꿔 부산수산대 입학…바다와 인연
강진동원장학회→동원육영재단
고향 중ㆍ고생들에 장학금, 지역도서관에 해양 서적 기증
애틋한 '고향 챙기기'
'보성 녹차밭' 명소로 만들어 태양광 미니 발전소도 설립
모친 찾아 명절마다 고향行
오대양을 개척하며 '21세기 한국의 해상왕'이란 닉네임을 얻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77).'동원 참치'로 유명한 식품 부문에서 13개 계열사에 연간 4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동원그룹을 키워내고,자산 규모만 14조원에 달하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토대를 닦은 그이지만 어릴적 꿈은 농업인이 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이어 집에서 4㎞나 떨어진 강진농업고(현 전남생명과학고)를 매일 통학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김 회장의 고향은 전남 강진군 군동면 내동마을이다.
그의 '고향 사랑'은 어떨까. 강진군과 동원그룹 관계자들은 그의 지역공헌 활동에 대해 말을 아끼는 편이다.
특정지역과 연관된 활동을 부각시키기엔 김 회장의 활동무대가 워낙 넓어서다. 그렇지만 김 회장은 지역사회에 꾸준히 애정을 보여온 덕에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꼽힌다. 창업시절부터 어린 학생에게 장학금을 기부해온 그의 오랜 사회공헌 이력을 들여다보면 애틋한 '강진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어머니 찾아 명절마다 강진행(行)
고향이 강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렸을 적부터 바다와 '숙명적 인연'을 맺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태어난 고향집이 바다와 꽤 떨어진 탓에 김 회장은 어릴 시절엔 바다를 모르고 자랐다.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어로학과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바다에 눈을 뜨게 된 것은 고교 3학년이던 1953년,담임선생님이 바다의 중요성을 설파한 데 감명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우리나라 수산업계 인사들 중에는 바닷가 출신보다 산골 출신이 더 많습니다. 아마 바다의 무서움을 몰랐기 때문에 동경하는 마음으로 바다를 택한 것이 아닐까요. "
대학 진학과 함께 내동마을을 떠난 그는 삶의 대부분을 강진이 아닌 바다와 대도시에서 보냈다. 그래도 김 회장은 명절마다 내동마을을 다시 찾는다. 올해 백수(白壽 · 99세)를 맞은 김 회장의 어머니 김순금 여사와 동생이 이곳에 살고 있다.
◆그룹 장학재단의 출발은 '강진동원장학회'
김 회장은 동원그룹의 사회공헌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의 출연자이자 이사장이다. 이 재단은 지난 32년 동안 전국 4800여명의 학생에게 50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동원육영재단의 전신은 1977년 김 회장이 강진군 관내 중 · 고교에서 성적은 우수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기 위해 만든 '강진동원장학회'다.
이 장학회는 그가 1979년 "사회 전체에 보탬이 되려면 체계적 장학사업이 가능한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뜻에서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하는 밑바탕이 됐다.
김 회장은 재단 활동과는 별개로 강진군민장학재단에 억대의 인재육성 장학금을 내놓기도 했다. 올 1월에도 지역 도서관에 해양 관련 희귀 서적과 디지털 자료를 기증했다. 강진군이 전문 농업경영인을 육성하기 위해 개설한 '녹색문화대학'에선 직접 강사로 나섰고,한국무역협회 회장이었던 2005년엔 강진청자문화제 명예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국내 · 외 일정으로 스케줄이 늘 빡빡하지만,고향 사랑은 각별하다.
◆녹차밭 · 태양광발전소도 운영
김 회장은 2006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뛰는 동안엔 이렇게 말했다. "박람회가 열리면 부가가치와 고용유발 효과의 절반 이상이 호남권 남해안에서 발생할 것입니다. 지역 균등발전이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부모님 터전에도 활기가 넘치겠지요. " 전남도청 관계자는 "김 회장의 고향 챙기기엔 진심이 보였다"며 "바쁜 기업활동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역을 방문해 현황을 직접 챙기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단순히 기부금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는 데도 앞장섰다. 어린 시절 보고 자란 자연환경에서 녹차밭의 가능성을 확인하고,1996년 전남 보성에 녹차밭을 가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원보성녹차'는 당시 국내 최대 녹차 산지로 인식됐던 제주산 녹차를 뛰어넘어 '녹차밭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동원산업은 2007년 강진군 도암면에 '동원 솔라파크 태양광발전소'도 준공했다. 공장을 가동한 첫날 강진에서 열린 준공식에 참석해 "비록 1㎿급의 작은 발전소이지만 강진을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전력을 다하는 중심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그의 목소리에선 뿌듯함이 묻어났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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