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몸에서 가장 단단한 뼈인 두개골과 등뼈 속에 안전하게 푹 파묻혀 있다. 심장은 갈비뼈 속 한가운데에 놓여 있고 이를 폐가 둘러싸고 있다. 간과 신장은 절반만 갈비뼈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생식기는 골반에 놓여 있어 육면체 중 3개면만 보호되는 꼴이다. 소화기관은 복근의 호위만 받는다. 이어 뼈 근육 피부의 순으로 인체는 보호되고 기능한다. 이처럼 장기가 놓인 위치와 보호되는 강도는 생명활동의 중요성과 순위가 흡사해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한국경제신문은 인체에 가장 중요한 뇌를 시작으로 '그래픽과 함께하는 인체탐험' 시리즈를 연재한다.

◆진화를 거듭해온 뇌

인간의 뇌는 크게 3층으로 이뤄져 있다. 약 5억년 전에 1층이,2억~3억년 전에 2층이,400만년 전에 3층이 생기면서 진화를 거듭해왔다. 가장 밑바닥의 1층은 후뇌로 가장 오래됐으며 거의 진화되지 않았다. 뇌간(연수와 뇌교)과 소뇌로 구성돼 있다. 연수는 호흡 심장박동 혈압 · 체온조절과 같은 생명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한다. 소뇌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운동기능 방향감각을 관장한다.

2층인 중뇌는 정보를 위 아래로 전달하는 중간 정거장 역할을 하고 변연계를 아우르고 있어 감정기능도 한다. 중뇌는 눈 운동을 조절하는 등 시각 및 청각반사를 담당한다. 변연계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정서를 주관하는 편도,호르몬 조절부인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로 구성돼 있다. 포유류 중에서 인간의 감정표현이 가장 뛰어나고 성욕이 강한 것은 변연계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3층은 전뇌(대뇌)다. 이성을 갖고 판단하게 한다. 동물에 비해 청각 후각은 떨어지지만 대뇌의 가장 윗껍질인 대뇌피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는 경쟁력을 갖게 됐다. 대뇌피질은 많은 주름이 져 있다. 뇌의 표면적은 신문 한면에 지나지 않지만 주름 때문에 두개골 안에 많은 뇌신경세포를 담을 수 있게 됐고,머리를 작게 만들어 태아가 엄마 자궁을 통과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뇌의 주름이 펴지고 뇌실질세포가 죽어 용적이 줄어들고 뇌 중심부 여러 곳에 듬성듬성 구멍이 생긴다.

◆뇌가 다쳐 생기는 질병

뇌간이 다치면 급사 또는 뇌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심장사로 돌연사에 빠지면 장기가 망가지는 속도가 빨라 각막 외에는 이식할 수 없지만 뇌사의 경우엔 뇌사자의 심장 간 폐 신장 등을 타인에게 이식할 수 있다. 뇌사는 심장을 제외한 모든 기능이 죽어 인공호흡기 등의 조치가 없으면 대체로 수일 또는 수주 만에 사망하게 된다. 이와 혼동되는 개념인 식물인간은 대뇌가 죽어 인지기억은 없고 거동도 불가능하지만 심장은 뛰고 손발도 일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수개월 또는 수년 후에 극적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긴 하다.

뇌졸중이나 교통사고로 뇌가 다쳐도 뇌간만 온전하면 호흡과 심장박동에는 문제가 없다. 소뇌를 다치면 운동장애가 오고 거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대뇌는 각기 지배하는 영역이 있다. 전두엽은 종합적 사고와,두정엽은 움직임과 입체감각,측두엽은 기억과 청각,후두엽은 시각중추와 관련이 있어 각기 손상된 부위에 따라 후유장애의 내용이 달라진다.

6~12세에 언어와 관련이 있는 측두엽이 본격 발달하므로 그 전에 지나친 조기언어 교육은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렸을 때 칭찬을 많이 들으면 지능발달에 도움이 된다. 칭찬은 편도가 긍정적인 신호를 발산하게 하고 인접한 해마의 기억입력 강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시냅스(신경세포의 접합부)가 확장되고 시냅스 간 정보전달이 잘 이뤄지는 것으로 사람의 총체적 지능과 정보량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해마는 기억의 일시적 저장고로 여러 번 반복 학습하면 대뇌에 장기 기억을 남긴다. 사람이 머리를 쓰지 않으면 해마가 퇴화해 인지기능장애가 빨리 온다. 술을 폭음해 취중 기억이 끊기는 블랙아웃은 해마의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이런 현상이 잦아지면 50대 이후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높아진다. 치매 중 70%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베타(Aβ)가 뇌세포에 침착된 것으로 현재 원천적으로 Aβ가 생기지 않게 하거나 혈액을 통해 뇌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신약들이 연구되고 있다.

치매가 뇌의 인지장애라면 파킨슨병은 뇌에 의한 운동장애다. 신경세포가 모여 대뇌 기저핵(한가운데 절단한 단면의 중심부)의 일부를 이룬 선조체는 보행 및 섬세한 수작업과 관계돼 있다. 도파민을 합성하는 대뇌 흑질 신경세포가 죽으면 선조체의 도파민 결합이 일어나 사지가 경직되고 떨리는 파킨슨병이 발생한다.

현재 도파민 분비 유도 세포를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 주사하는 치료법이 모색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뇌의 시상하핵 좌우 2곳에 전극을 꽂는 뇌심부자극술을 시행,50~70%에서 증상 경감 효과가 있으나 아직까지는 '한번 해보는' 수준이다.

그래픽 자문=서유헌 서울대 의대 · 나흥식 고려대 의대 교수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