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범 한국코닥 사장(50 · 사진)은 인쇄 필름 시장에 불고 있는 디지털화 바람에 가장 먼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전환에 실패했던 것과 같은 실수를 인쇄 시장에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 사장은 코닥의 성장과 쇠퇴를 모두 경험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1986년 오리콤에서 코닥 광고를 담당했다. 당시 코닥은 세계 1위 필름업체로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였다. 영화 대행사를 거쳐 2001년 한국코닥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연 매출도 1500억원대를 넘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커지면서 필름 카메라에 기대고 있던 코닥의 매출과 이익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사장은 "5년 전 75%에 달하던 인쇄용 아날로그 필름과 장비사업 비중이 23%로 떨어졌다"며 "지금이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최근 대명ITS에 디지털 인쇄장비를 납품한 것을 비롯해 많은 업체들에 디지털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한 대에 300만달러 이상의 고가로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매출은 758억원에 그쳤지만,올해부터 10%대 이상의 성장세를 계속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사장으로 승진한 후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인사 총무 서비스 등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통합하고 있다.
또 하나의 주력 사업인 캠코더 분야에서는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한 달 전 골프스윙 분석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출시한 캠코더가 대표적이다. 기존 제품에 큰 투자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캠코더를 이용해 찍은 영상을 컴퓨터로 옮겨 자세하게 분석받을 수 있다. 이 제품은 소프트웨어를 추가하기 전 모델보다 5배 이상 팔리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