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를 두 차례 제패하고 브리티시오픈에서 세 차례 우승한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가 7일 뇌종양으로 숨졌다고 가족들이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08년 후반부터 뇌 수술을 네 차례나 받는 등 투병해온 바예스테로스는 스페인 북부 페드레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5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바예스테로스는 1980년 유럽인으로는 최초이자 당시 최연소인 23세에 마스터스 그린재킷을 입었다. 그의 최연소 우승 기록은 1997년 타이거 우즈(21세)에 의해 깨질 때까지 17년간 유지됐다. 그는 1983년 마스터스에서 또 우승컵을 안았고 브리티시오픈에서는 1979,1984,1988년 정상에 올랐다.

그는 주로 유럽에서 활동하며 여섯 차례 상금왕을 차지했으며 통산 45승을 올렸다. 전 세계에서는 87승을 거뒀다.

'스페인 골프의 전설'로 불리는 바예스테로스는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미겔 앙헬 히메네즈,세르히오 가르시아 등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올라사발과 히메네즈는 스패니시오픈 도중에 소식을 접한 뒤 심한 충격을 받고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세계 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는 트위터에서 "슬픈 날이다. 나의 롤 모델이자 영웅,친구를 잃어버렸다"고 애통해했다. 스코틀랜드 골퍼 버나드 갈라허(62)는 "그는 유럽의 아널드 파머이자 잭 니클로스였다. 유럽 최고의 선수였다"고 말했다.

1957년 태어난 바예스테로스는 가족이 운영하던 돌 공장에서 골프클럽으로 돌을 치면서 자랐다. 아버지는 스페인 조정 챔피언을 지냈고 외삼촌과 그의 형들도 모두 프로골퍼다. 8세 때 산탄데르의 명문 골프장에서 캐디를 한 그는 형이 준 3번 아이언으로 밤에 몰래 코스에서 라운드를 하며 연습했다. 12세 때 캐디챔피언십에 출전해 79타로 우승했다. 그는 12세부터 18세까지 매일 1000개의 연습볼을 쳤다고 한다.

16세에 프로로 전향한 그가 22세였던 197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할 때 로열리덤골프장 16번홀에서 주차장으로 볼을 보낸 뒤 그린을 공략해 버디를 낚은 것은 '창의적인 샷'의 전설로 남아 있다.

1999년 세계 골프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바예스테로스는 2007년 허리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한 후 투병생활을 해왔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