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생약 성분으로 만들어진 녹십자(대표 조순태)의 '백초 시럽'는 1974년 처음 출시된 이래 38년 동안 특별한 광고나 마케팅 노력 없이도 어린이 소화정장제 시장에서 부동의 1위(지난해 시장점유율 90%)를 지켜온 장수 브랜드다.

그동안 1000억원 넘게 팔렸다. 세계적인 유명 약품에 견줄 정도로 '소리 없이 강한' 블록버스터급이다. 병 개수로 환산하면 400억여병이다. 국민 한 사람이 120병씩 먹은 셈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으레 '백초'가 한병쯤은 있을 만큼 가정 상비약으로 자리잡았다.

아이들이 소화불량,식욕부진,복통,설사,구토를 할 때면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백초 시럽'을 찾곤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구전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어린이 소화제' 하면 이제 다른 제품을 떠올리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백초'가 40여년 동안 가정 상비약으로 자리잡은 데는 어머니에게서 딸로 전해지는 모녀간 '구전광고'가 큰 몫을 했다. 순수 생약 성분으로 만들어져 체질에 관계 없이 어린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는 장점이 세대를 이어 신뢰를 얻게 된 원동력이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백삼 감초 계피 아선약 황련 등의 생약이 어린이의 소화 · 정장과 지사 · 진정 및 진경(복통 완화)의 3대 작용을 도와 어린이의 건강 지표가 되는 쾌식 쾌변 쾌면에 효과적이다. 여름철 식중독이나 잦은 냉방기 사용 및 빙과류 등의 찬 음식으로 인한 복통 · 설사가 일어날 때도 요긴하게 사용됐다.

신세대 주부들도 '백초' 사랑은 여전하다. 다섯살짜리 아들을 둔 서울 상암동의 장소연 씨(37)는 "1시간 거리 이상 여행이나 외출시에는 상비약으로 꼭 백초를 챙겨간다"며 "약은 감기약도 함부로 쓰기 힘든데 백초는 이웃집 아이들이 집에 놀러와 배가 아프다고 해도 편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백초 플러스'를 새로 출시했다. 기존 제품의 성분과 함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감미제를 일반 과당에서 자일리톨로 바꿨다. 천연감미제인 자일리톨은 칼로리가 적고 혈당을 상승시키지 않아 비만인 사람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다. 또 시럽이 뚜껑이나 입구에 달라붙는 현상을 줄여 편의성을 높였고 제품의 디자인도 새롭게 변경했다.

회사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인 만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백초 시럽'은 지난해 7월부터 업계 최초로 판매수익금 일부를 결식아동에게 기부하는 굿네이버스의 '굿바이(GOOD_BUY)'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