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4월4일 한국과 네덜란드가 정식 수교를 맺을 때만 해도 양국 사이의 교류는 거의 없었습니다. 50년이 흐른 지금은 네덜란드가 한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죠."
한 · 네덜란드 수교 50주년을 맞은 폴 멩크펠드 주한 네덜란드 대사(60 · 사진)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한국 기업이 네덜란드의 뛰어난 물류망을 통해 유럽 각지에 수출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있고 친기업적 정책을 펴기 때문에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네덜란드에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네덜란드 투자 규모는 17억7000만달러였다. 2008년(8억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네덜란드를 물류기지 및 마케팅 거점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었고 제3국 자원개발을 위해 우회투자를 한 경우도 있었다. 그는 "로테르담 항구는 유럽에서 가장 큰 항구 중 하나이고 스히폴 공항은 유럽의 비즈니스 허브"라며 "한국 기업들의 네덜란드 투자가 느는 것은 유럽 전체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멩크펠드 대사는 네덜란드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에는 '세무 사전답변제도'라는 것이 있다"며 "네덜란드 세무서에 가서 자신이 하려는 사업과 투자규모에 대해 설명하면 앞으로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하는지를 미리 계산해 준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기업이 나중에 세금고지서를 받았을 때 당초 예상보다 높은 금액이 적혀 있어 당혹해 할 일이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현금 배당 등 지분 보유와 관련된 모든 수익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하고 있고 여러 국가와 이중과세방지협정도 맺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다른 도시에 비해 사무실 임대 비용 등이 싼 것도 강점"이라며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는 오는 7월 이후에는 양국 간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멩크펠드 대사는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네덜란드를 연구 · 개발(R&D) 기지로도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산학협력 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네덜란드에 R&D 센터를 세우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기업의 한국 진출도 활발하다. 그는 "필립스 ING 하이네켄 등 대중에게 익숙한 회사뿐 아니라 화학회사인 악조노벨(Akzo Nobel),연료저장업체인 보팍(Vopak) 등 특수 분야의 전문 기업까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네덜란드 수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53억달러이고 수입액은 42억달러다.
지난해 8월 부임한 멩크펠드 대사는 "한국 정부가 녹색성장 기후변화 등 먼 앞을 내다보는 정책을 펼치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이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개최하는 등 점차 세계 리더로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국 간 관광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라며 "아름다운 궁궐과 사찰 등을 널리 알려 한국에 오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