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류는 물론 그의 부인과 동생들까지 시상식 참석을 막았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수상자와 대리인이 참석하지 못한 것은 1936년 나치 치하의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 이후 두 번째다. 중국은 다른 나라에까지 압력을 행사해 오슬로에 주재하는 65개국 대사 가운데 17개국이 시상식에 불참했다.
이날 오슬로를 비롯해 홍콩과 베를린,뉴욕 유엔본부 등 세계 곳곳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류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다. 중국은 "중국법을 어겼기 때문에 감옥에 가는 건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류의 가족과 친구까지 집에 연금하면서 무슨 법을 어겼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류의 수상은 중국에 대한 서방의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며 이를 계기로 인터넷 검열과 민주화인사 탄압에 더욱 열을 올린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공유하는 많은 나라들은 이런 중국과 더불어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영토에,그것도 민간인 주거지역에 포탄을 퍼부으며 반인륜적 만행을 저지른 북한 정권을 중국이 감쌌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이번 노벨상에서 빈 의자 시상식을 보면서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인권에 중국식과 서구식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세계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은 그 위상에 맞게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 "자유에 대한 인간의 요구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힘은 누구에게도 없다. 중국도 결국 법이 다스리는 나라,인권이 최고의 가치를 갖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류의 바람이 실현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이유정 < 국제부 기자 yj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