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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잊지못할 그 순간] "10년前 자산관리 도입 '장기투자' 발판 마련"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위탁매매 의존 관행 수익에 한계
창업 때부터 새 비즈모델로 주력
고객호응 얻어 '천수답경영' 극복

다음 중 증권회사의 고유업무가 아닌 것은?

① 주식중개 ② 자기매매 ③ 인수주선 ④ 자산관리 (정답은 ④번)

요즘 독자들은 아마 "자산관리가 어떻게 증권사 고유업무가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증권사 직원 연수시험에 단골로 출제됐던 문제다. 이제는 모든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명가'를 외치고 있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출범한 2000년 초 국내 증권업계는 자산관리에 관한 한 '황무지'나 다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종합자산관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출사표를 던진 것은 증권업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증권사는 증시 시황에 따라 이익이 들쭉날쭉하는 '천수답 경영'의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수수료 수입을 노려 고객들이 주식을 자주 사고 팔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었고,약세장으로 돌아서면 손실이 커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던 시절이었다.

2000년 2월14일 미래에셋증권 영업부에서 개최한 창립기념식에서 자산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은 이런 관행을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필자는 기념사에서 △증권업은 자산관리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위험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비약적 성장이 예상된다는 세 가지 화두를 강조했다. 만 11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돌이켜보면 증권업계는 당시 예측과 거의 비슷하게 변화해왔다.

미래에셋증권은 사업 초기부터 경쟁사들과 전략을 달리했다. 지점에 주식영업을 위한 시세 전광판을 설치하지 않았다. 위탁매매 직원을 두지 않는 대신 투자상품에 관한 교육을 충분히 받은 자산관리 직원을 집중 배치했다. 직접매매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성과는 뚜렷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의 수익구조는 자산관리 30%,위탁매매 32%,투자은행(IB) 및 기타수익 38%로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사업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올해 증권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랩어카운트 사업도 2001년 업계 처음으로 시작했다. 당시 MAPS팀(미래에셋포트폴리오서비스팀)을 구성하고 자산운용본부를 발족하는 등 자산관리 영업을 위한 인프라를 일찌감치 구축했다.

국내 자산관리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이 기여한 것은 단연 2004년 3월 내놓은 '적립식 3억만들기 펀드'라고 자부한다. 이 상품을 계기로 개인 투자자들이 적립식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적립식 펀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액 자금이 시차를 두고 유입되는 적립식 펀드는 목돈을 맡기는 거치식 펀드에 비해 자금을 운용하기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월 일정액을 장기적으로 적립해 우량주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가 장기투자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결국 펀드매니저들도 이런 주장에 동의하고 적립식 투자문화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적립식 3억만들기 펀드'는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판매 4년 만인 2008년 3월 말 약 3조원(2조938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 펀드를 필두로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와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다양한 적립식 펀드를 내놓고 장기투자문화를 정착시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의 펀드 판매잔액은 18조7616억원으로 국민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금융계 전체 3위,증권사 중에선 1위를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펀드 잔액 중 약 19%인 3조5698억원은 적립식이다.

10여년 전 미래에셋증권을 창업할 때 자본시장의 거대한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기존 방식만 답습했다면 아직도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자산관리의 기치를 내걸었던 창업 당시의 초심을 지금도 간직하고자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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