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배제된 이런 주장은 사건의 당사자 입장에선 전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누가 도발을 했고,어떻게 잘못된 것이며,어떤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평가가 없다. 중국 언론들은 '남북간 교전'이란 말로 상황을 뭉뚱그려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군인은 물론 민간인마저 포격으로 희생된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언어의 폭탄에 또 참사를 당하는 것 같다. 분쟁의 결말이 용서를 통한 화해여야 한다는 면에서 보면 이런 시각에선 도저히 분쟁이 해결될 수 없다. 잘못한 쪽을 적시하지 못하니 용서의 주체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중국의 눈을 통해서만 보기 때문인 듯하다. 다른 나라의 영토에 포탄을 쏜 게 국제법상 어떤 의미를 갖는지,민간인들이 포탄에 사망한 것을 인도주의적으로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없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였을 때 중국은 대화보다는 행동으로 일본을 압박했다. 정치적으로는 북한과,경제적으로는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의 한반도 외교체제'가 흔들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국 스스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잘못된 행위를 하고,그 뒤치닥거리를 중국이 도맡는다면 중국 역시 북한과 동일한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은커녕 국제법 준수를 통해 세계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리더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덩치 큰 대국(大國)이 소국(小國)의 행보를 거듭하는 것을 보면 중국은 결코 큰 나라가 아닌 중간 정도의 '중국(中國)'일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파워만이 강대국을 담보하는 게 아니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