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훈풍으로 코스피지수가 3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2000선에 불과 65포인트 차로 접근하며 지수는 고공행진 중이지만 시장은 여전히 차분하다. 상승장을 주도해 온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관은 8거래일째 '팔자'로 일관 중이고 개인은 매수와 매도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2주 새 78포인트 오르며 1900대 중반을 넘보고 있지만 일부 대형주 위주 장세여서 과열 조짐은 아직 없다고 진단했다. 최근 주도주인 자동차 화학 기계 등과 4분기 실적 호전주 위주로 접근하라는 주문이다.

◆연중 최고치 6일 만에 경신

이날 코스피지수는 0.93%(17.93포인트) 오른 1935.97로 마감해 지난달 26일의 연중 최고치(1919.41)를 갈아치웠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073조2219억원으로 불어났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관측에 전날 뉴욕증시가 상승한 것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차 양적완화 규모가 당초 우려했던 수준보다는 커질 것이란 기대가 확산됐다. 개인과 기관은 동반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1892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주도로 지수가 연중 최고 기록을 연이어 경신 중이지만 수급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평가다. 외국인은 지난달 27일부터 전날까지 하루 순매수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그쳤다. 기관은 최근 8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수급이 약하다 보니 외국인 매수가 몰리는 일부 대형주만 오르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가총액 30위권 종목 중 10월 저점(19일) 이후 이날까지 기아차(30.11%) 현대중공업(20.18%) 현대모비스(19.63%) 현대차(18.06%) 등 자동차와 조선주 일부만 크게 올랐을 뿐 상당수는 지수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비율인 등락비율(20거래일 평균)은 지난달 26일 119%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이날 106%를 기록했다. 통상 등락비율이 120% 이상이면 과열 국면으로 평가한다. 지수는 연중 최고지만 개별 종목은 크게 오르지 않는 '차가운 랠리'가 진행 중이란 얘기다.

◆'손수건 법칙'…주도주에 주목해야

증시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상승 종목이 제한적이어서 투자전략을 짜는 데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주도주 위주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조언이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철저히 주도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어 지금은 '손수건 법칙'에 주목할 때"라고 말했다. 주도주들은 들어올린 손수건의 가운데 부분처럼 오를 때 더 많이 오르고 내릴 때 적게 빠지는 특성이 있어,일시적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차익 실현보다는 주변 종목을 줄이고 주도주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자동차 조선 등 운수장비와 화학,기계업종은 이달 들어 오히려 주도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어 주목되며 관련 부품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시장이 유동성 장세와 함께 실적 장세의 성격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도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꼽혔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화학 등 주도주로 부각된 종목들은 이익 모멘텀이 뛰어나다"며 "실적 기대감에다 수급의 힘이 더해지면서 상승 탄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따라서 정보기술(IT)이나 금융 등 펀더멘털(실적)이 취약한 소외 종목을 매수해 길목을 지키기보다는 가격이 부담스럽더라도 과감하게 주도주에 베팅하는 전략이 당분간 유효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


◆ 손수건 법칙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주도주가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는 현상.펴놓은 손수건을 가운데 부분을 쥐고 들어올리면 가운데 부분이 가장 높이 올라가고 반대로 내릴 땐 가운데 부분이 마지막에 바닥에 닿게 된다. 이처럼 주도주는 상승장에서 더 오르고 하락장에선 덜 빠지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