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말 개설된 국내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누적 손실 규모가 4년간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ELW 가격이 같은 조건의 주가지수 옵션보다 20% 안팎 고평가돼 개인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ELW시장에서 하루 수백번씩 초단타매매를 하는 '스캘퍼'(scalper · 일명 슈퍼메뚜기)들은 지난해에만 1000억원 이상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ELW시장이 '슈퍼 메뚜기'들이 판치는 사행성 투기장으로 변질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코스피ELW,옵션보다 20% 안팎 비싸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문환 의원(한나라당)이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ELW시장에서 개인들은 4143억원의 손실을 냈다. 개인 손실 규모는 2006년 1476억원에서 2007년 369억원으로 줄었다가 2008년 3881억원으로 급증했다. 4년간 누적 손실은 9869억원에 이른다.

수십명에 불과한 '슈퍼메뚜기'들이 지난해 1043억원의 이익을 낸 것을 제외할 경우 개인은 4년간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동성공급자(LP)를 맡은 증권사들은 2007년 648억원 손실을 봤지만 2008년 386억원,지난해 1789억원 이익을 냈다.

ELW시장은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6249억원으로 코스닥시장(1조9378억원)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세계 1위를 넘보고 있지만 개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ELW 가격이 LP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돼 동일조건의 옵션가격보다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금감원이 지난 3월11일부터 3개월간 LP별로 거래량 상위 대표 ELW 13개 종목을 분 단위로 세분화해 동일한 조건의 옵션과 비교해 29만9520개의 샘플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200 ELW는 옵션보다 평균 24% 높게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가 지난 5월14일부터 19거래일간 100만원 이상 거래되는 ELW 190개 종목의 일별 종가를 옵션과 비교한 결과에선 14% 할증된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들은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위험을 감안해 일정한 마진을 붙여 파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 의원은 "금감원과 거래소 분석 결과가 방법과 시점에 따라 다르게 나왔지만 LP에 의해 ELW 가격이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슈퍼메뚜기'가 시장 교란

몇몇 '슈퍼메뚜기'들이 ELW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점도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무위 소속 이성남 의원(민주당)이 거래소로부터 입수한 'ELW시장 거래대금 및 회전율 상위 계좌분석'에 따르면 지난 8월 일평균 100억원 이상 거래한 ELW 계좌 수는 76개(0.16%)에 불과하지만,이들의 거래대금은 전체의 76.8%를 차지했다.

이 중 '슈퍼메뚜기'로 추정되는 개인계좌는 38개(0.08%)로,전체 거래대금의 34.13%에 달했다. 특히 22개 계좌는 회전율 상위 1%에 속해 극소수 '큰손'들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소액으로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ELW의 장점이 건전한 개인투자자보다 일부 슈퍼메뚜기들에게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슈퍼메뚜기들은 LP의 호가 제시원리를 꿰고 초고속 시스템트레이딩을 활용하고 있어 개인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이에 따라 투기적으로 변질된 ELW 시장에 대한 개선 방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의원은 "슈퍼메뚜기의 가격 조작이나 불공정거래에 대한 시장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며 "시장 특성상 주식시장보다 강한 기준을 만들고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진형/김유미 기자 u2@hankyung.com


◆ ELW(주식워런트증권)

Equity-Linked Warrant.주가지수 또는 특정 종목을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미래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증서.살 수 있는 권리는 '콜워런트',팔 수 있는 권리는 '풋워런트'라고 한다. 유동성공급자(LP)를 맡은 증권사는 투자자의 거래 편의를 위해 주기적으로 매도 · 매수 주문을 내 환금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