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에 이어 이번 주 신세계(11일) 포스코(12일)를 시작으로 3분기 어닝시즌이 본격 개막된다. 3분기에도 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4분기 이후 이익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실적발표에 따른 주가 부양효과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외국인 매수에 따른 '유동성 랠리' 기대는 커지고 있지만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 여부가 증시를 둘러싼 자금흐름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분기 어닝시즌 개막

10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일 성적표를 공개하는 포스코의 3분기 매출은 8조47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도 22.9% 증가한 1조2510억원에 달하지만 지난 2분기(1조8360억원)에 비해선 큰 폭으로 줄었을 것으로 점쳐졌다. 철광석 유연탄 등 원료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3분기는 물론 4분기 이후에도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시 주변의 수급상황이 나쁘진 않지만 삼성전자에 이어 포스코의 실적도 부진할 경우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대치가 크게 낮아진 상태여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더라도 개별 기업별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3분기 실적 자체보다는 기업들이 제시할 4분기 이후 전망치에 더 큰 관심이 쏠릴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는 3분기 매출 2조8321억원에 영업이익 2608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어 13일에는 태양광업체 OCI와 현대상선이 실적을 발표하고,LG화학은 오는 19일 3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21일) LG전자 하이닉스(28일) 등 월말까지 주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잇따를 예정이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뿐 아니라 이번 주 공개될 인텔과 AMD 구글 등 해외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호전 여부에 따라 주가가 반응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IT주 목표주가 줄하향

삼성전자가 만족스럽지 못한 3분기 잠정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IT주 전반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당장 3분기부터 부진한 주요 종목들은 목표주가가 줄줄이 하향되며 어닝시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삼성전기는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후 최근 2주간 삼성 · KB투자 · HMC투자 등 6개 증권사가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지목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이익은 279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2% 감소할 전망"이라며 "발광다이오드(LED) 업황 부진 우려가 가시지 않아 실적 개선은 내년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스트롱 바이(강력매수)'였던 삼성전기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목표주가를 24만원에서 18만원으로 25% 하향 조정했다.

LG이노텍도 LED 업황 둔화로 목표주가 하향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대표 종목이다. 백종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투자매력은 뛰어나지만 LED TV와 인쇄회로기판(PCB) 부문의 실적 둔화가 우려된다"며 22만원이던 목표주가를 19만원으로 내려잡았다. 미래에셋증권과 KTB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낮췄다. 이 밖에 LG전자는 휴대폰과 TV 부문의 수익성 부담 우려가 목표주가 하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IT주의 실적 부진 우려와 이에 따른 목표주가 하향이 가뜩이나 단기 급등으로 부담감이 커진 증시에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지연/오정민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