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소리지르는 시어머니와 거짓말쟁이 며느리.비상식적 설정 투성이란 비판에도 시청률은 높았던 TV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막내 '이상'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상인 '어영'과 결혼한다. 목숨 건 투쟁 끝에 겨우 한 결혼은 그러나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며느리는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생각에 금쪽 같은 아들을 빼앗겼다 싶은 시어머니는 사사건건 트집이고,독립적인데다 이기적인 어영은 그런 시어머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드라마는 우여곡절 끝에 모든 갈등이 봉합되는 쪽으로 끝났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결혼하고 나면 부모는 물론 형제자매 역시 싫거나 밉다고 모른 체하기 어렵다. 부부싸움 중 자칫 '당신은'을 넘어 '당신네 집은' 어쩌구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결국 없으면 죽고 못살 것 같던 이들도 결혼 전에 조건이나 가족관계를 꼼꼼히 따지지 않은 걸 후회할 수 있다.

뿐이랴. 잠자는 시간이 다른 아침형 남편과 저녁형 아내,칫솔질하는데 옆에서 볼 일 보는 남편이 싫은 아내와 '그게 뭐가 어때서'라고 생각하는 남편,된장찌개를 먹고 싶은 남편과 파스타가 더 좋은 아내의 갈등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그러니 눈에 콩깍지가 씌어 아무 것도 안뵈는 연애 혹은 한정된 대상에 정보 왜곡 가능성까지 있는 중매(소개팅)에 기대기보다 선택의 기회를 넓혀 따질 것 따진 다음 가능하면 맞는 짝을 만나 보자고 해서 찾는 곳이 결혼정보업체다.

이곳에서 짝을 찾자면 먼저 자신에 관한 각종 정보를 내놔야 한다. 키 · 몸무게 · 생김새 · 학벌 · 직업 · 연봉부터 부모의 지위와 재산까지 써넣으면 개인별 등급이 매겨진다. 단 남자는 본인의 학벌과 직업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는 반면 여자는 부모의 배경이 본인의 외모나 직업에 우선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든 부모든 고위 공무원,판 · 검사 · 의사 등이 높은 등급을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직업에 귀천 없다는 건 말에 불과한 셈이다.

'결혼은 서로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다. 조건이 제아무리 좋아도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면 함께 살기 어렵다. 남들 모두 부러워하는 집안 사람과 결혼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는커녕 얼마 못가 갈라서는 일도 적지 않다. 등급만 따진 결혼의 경우 어떤 함정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