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목 근육 과도한 수축 불러 조음·발성장애 나타날 수도
'의존적·나약한 사람' 인상줘…사회생활도 지장 받을 수 있어
요즘 10대 청소년과 20대 젊은이들의 언어 오용이 심각하다. 기성세대들이 알아듣지 못할 준말이나 은어를 남발하고,비속어를 입에 달고 다니며,귀엽게 보이려고 어린아이 소리를 흉내내는 소아 편향 발성을 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언어 사용 행태는 대개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비교적 쉽게 교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방치해두면 의존적인 성격이 굳어지거나 의사소통 장애로 연결될 수 있다. 또 발성 · 조음장애,학습발달 저해,국어 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청소년층과 20대 여성 직장인을 중심으로 어린아이처럼 귀여운 목소리를 내는 소아 편향 발성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 직장인들이 브리핑 등 공적인 직장생활에서 소아 편향 발성을 했다가 상사로부터 핀잔을 듣는 일이 흔하다. 프라나이비인후과가 청소년과 20대 여성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명(28%)이 소아 편향 발성을 해왔거나 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 편향 발성을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발성 자체가 항상 그렇다면 어려서부터 잘못된 언어습관이 굳어진 경우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에만 유아적 발성을 보이는데 이는 자신을 좀 특별하게 봐 달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른 뒤 꾸중이나 화를 면하기 위해 엄마에게 '애기 소리'를 하며 매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또는 자신의 현재 목소리에 불만을 느껴 어린 시절의 목소리로 회귀하려는 심리에서 빚어질 수 있다.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교수는 "의존적인 성격이거나 '과보호'하는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소아 편향 발성 성향이 강한 편"이라며 "대개는 직장생활을 통해 사라지지만 지속될 경우 나약한 사람이란 인상을 줘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고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소아 편향 발성을 오래 하면 구강구조가 바뀌어 조음장애(혀 · 입술 · 구강의 문제에 따른 발음장애)나 발성장애(성대 · 후두 · 폐의 기능 저하로 인한 공기울림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목소리치료 전문 예송이비인후과의 김형태 원장은 "성인이 불안정한 성대구조를 가진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흉내내다 보면 성대와 목 주변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유도하고 목소리를 만드는 호흡을 약하게 해 나중엔 거칠거나 쉬거나 떨리는 목소리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한 경우 발성 습관과 패턴을 변화시키는 음성치료나 조음치료를 시행하고 성대결절이나 후두근경직,구강구조 변화 등을 약물치료,보톡스 주사,수술로 고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 · 중 · 고교생뿐 아니라 대학생조차 기성세대가 좀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줄임말이나 은어 등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안습(안구에 습기찬다 · 눈물난다),즐겜(즐겁게 게임하자),지대(제대로),겨털(겨드랑이 털),우결(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극단적 줄임말이나 은어가 인터넷 댓글은 물론 휴대폰 메시지,지하철이나 버스 안 대화 속에서 난무한다.
이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길 원하고 기성세대의 가치를 따르는 것을 거부하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김의정 교수는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은밀하게 소통하면서 유대의식 및 동질감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또래 · 집단의식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다른 측면에서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에게 갖는 무의식적인 저항 내지는 반감도 담겨 있다"며 "기존 사회체계나 가치관에 의해 만들어진 언어표현법을 부정함으로써 자신들 고유의 정체성을 나타내려 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줄임말 · 은어의 과다사용은 성장기의 사고체계 형성이나 언어 · 학습능력 발달을 저해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초 · 중 · 고교생들이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도 욕이나 속어를 접두사 또는 접미사처럼 입에 달고 사는 것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남학생에게서 나타났지만 요즘은 남녀불문이다. 또 예전엔 비속어가 이른바 불량 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 보통 학생들에게까지 만연해 있다. 비속어도 은어나 줄임말 사용처럼 상호 유대감을 확인하고 또래들 사이에서 소외받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김 교수는 "속어와 욕을 사용하려는 성향은 청소년기의 심리적 특성과 맞물려 있어 그 자체를 전적으로 나쁘다고만 볼 필요는 없다"며 "다만 도덕성이나 가치체계가 아직 자리잡지 못한 청소년기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런 의식없이 무분별하게 비속어를 쓰다 보면 비뚤어진 인성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좋은 대학을 가는 것만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있는 데다 인터넷의 발달로 익명성을 보장한 공간이 확보되고 미디어의 영향이 막강해지다 보니 욕설과 비속어가 일반화됐다"며 "범사회적인 언어 · 인터넷 · 미디어 정화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