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침뜸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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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얼마 전 실직하셨어요. 어머니는 벽돌공이세요. 제 꿈은 경찰이 되는 것이죠.저는 여가시간에 체스를 두기도 하고 신문을 읽기도 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토끼예요. "
얼마 전 몽골에 사는 아들 다쉬돈도브에게서 온 편지이다. 몽골어로 작성된 편지가 영문으로 영역된 뒤 다시 한글로 번역되어 내 손에 온다. 민간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서다. 월드비전의 선물은 내 삶의 활력소가 됐다.
물론 그는 실제 내가 낳은 아들이 아니다. 내 마음속의 아들이다. 계기는 딸아이가 마련했다. 어느 날 딸이 권해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읽고 난 뒤 딸과 함께 다쉬돈도브를 후원하게 됐다. 그런데 왜 많은 나라 중에 몽골을 선택했을까. 무엇보다도 지난해 감명 깊게 본 다큐 프로그램 '누들로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 대륙과 아시아 문화권을 넘어 세계인과 만나는 과정을 담은 국수 이야기를 보면서 당시 내 머리를 섬광처럼 스쳐 간 것이 '침구경락 로드'이다. 침구경락의 세계 확산에서 큰 역할을 한 곳 중 하나가 몽골이기 때문이다.
침구(鍼灸)의 구는 뜸의 한자어다. 경락은 침과 뜸이 조절하는 기가 흐르는 통로이다. 침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에는 폄석을 개발한 한민족의 DNA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돌을 깎아 만든 폄석은 일종의 '돌 침'인데 석기시대부터 오랫동안 종기를 짜고 피부를 문질러 통증을 없애거나 사혈시키는 의료도구였다. 체하면 엄지손가락 끝을 순식간에 찔러 검붉은 피와 함께 막힌 게 뚫리는 경험이 우리나라 사람들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게 아닐까.
5년 전부터 필자는 한국의 고유한 침법을 찾아 보존하고 확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침법을 찾아서 전국을 탐방하고,북한의 침법을 엿보고자 러시아를 가고,동북 3성을 찾아 나섰던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아시아 전통의학 치료기술이 걸어온 길을 연구하고 있다.
몽골제국이 유럽에 진출하면서 가져간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당시의 최첨단 의료기술인 침뜸과 경락치료요법이 아닐까. 서양에서 침뜸은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침 마취가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연구와 교육이 진행됐다. 필자는 침법 수집 연구를 진행하면서 동서 문명의 교류와 협력을 겪으며 발전한 침뜸이 어떤 경로를 통해 다른 문화권의 의료와 만남이 진행됐는지를 살펴보고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기여했는지를 세계 의료인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침구경락 로드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이 서양으로 넘어가면서 겪었던 여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다. 아시아 전통의학 강국인 한국이 큰마음으로 길을 안내하고 전 세계인이 함께 걷는다면 실크로드,누들로드에 이어 새로운 로드를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몽골에서 온 편지를 읽으며 그 아이를 만나는 날 침구경락 로드를 걷고 있을 나를 꿈꿔 본다.
최선미 한국한의학연구원 본부장 smchoi@kiom.re.kr
얼마 전 몽골에 사는 아들 다쉬돈도브에게서 온 편지이다. 몽골어로 작성된 편지가 영문으로 영역된 뒤 다시 한글로 번역되어 내 손에 온다. 민간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서다. 월드비전의 선물은 내 삶의 활력소가 됐다.
물론 그는 실제 내가 낳은 아들이 아니다. 내 마음속의 아들이다. 계기는 딸아이가 마련했다. 어느 날 딸이 권해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읽고 난 뒤 딸과 함께 다쉬돈도브를 후원하게 됐다. 그런데 왜 많은 나라 중에 몽골을 선택했을까. 무엇보다도 지난해 감명 깊게 본 다큐 프로그램 '누들로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 대륙과 아시아 문화권을 넘어 세계인과 만나는 과정을 담은 국수 이야기를 보면서 당시 내 머리를 섬광처럼 스쳐 간 것이 '침구경락 로드'이다. 침구경락의 세계 확산에서 큰 역할을 한 곳 중 하나가 몽골이기 때문이다.
침구(鍼灸)의 구는 뜸의 한자어다. 경락은 침과 뜸이 조절하는 기가 흐르는 통로이다. 침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에는 폄석을 개발한 한민족의 DNA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돌을 깎아 만든 폄석은 일종의 '돌 침'인데 석기시대부터 오랫동안 종기를 짜고 피부를 문질러 통증을 없애거나 사혈시키는 의료도구였다. 체하면 엄지손가락 끝을 순식간에 찔러 검붉은 피와 함께 막힌 게 뚫리는 경험이 우리나라 사람들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게 아닐까.
5년 전부터 필자는 한국의 고유한 침법을 찾아 보존하고 확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침법을 찾아서 전국을 탐방하고,북한의 침법을 엿보고자 러시아를 가고,동북 3성을 찾아 나섰던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아시아 전통의학 치료기술이 걸어온 길을 연구하고 있다.
몽골제국이 유럽에 진출하면서 가져간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당시의 최첨단 의료기술인 침뜸과 경락치료요법이 아닐까. 서양에서 침뜸은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침 마취가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연구와 교육이 진행됐다. 필자는 침법 수집 연구를 진행하면서 동서 문명의 교류와 협력을 겪으며 발전한 침뜸이 어떤 경로를 통해 다른 문화권의 의료와 만남이 진행됐는지를 살펴보고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기여했는지를 세계 의료인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침구경락 로드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이 서양으로 넘어가면서 겪었던 여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다. 아시아 전통의학 강국인 한국이 큰마음으로 길을 안내하고 전 세계인이 함께 걷는다면 실크로드,누들로드에 이어 새로운 로드를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몽골에서 온 편지를 읽으며 그 아이를 만나는 날 침구경락 로드를 걷고 있을 나를 꿈꿔 본다.
최선미 한국한의학연구원 본부장 smchoi@kio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