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흘러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연 2.25%로 인상한 당일인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정기예금 등 은행 저축성예금은 9조원 이상 늘었다. 하루 평균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하루평균 증가액이 5000억원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입속도가 2.6배가량 빨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이 돈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선 소득이 늘면서 은행을 통한 저축이 늘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은행이 양도성정기예금(CD)을 더 이상 발행하지 않으면서 저축성예금으로 흘러든 돈의 규모가 1조4000억원 정도다. 여기에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돈이 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주식형펀드에서 환매된 자금이 2조1000억원이며,개인이 직접 주식을 판 뒤 증권계좌에서 인출한 돈이 8000억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3조9000억원이 증권시장에서 이탈했다.

증권시장에서 나온 자금은 과거 집값 상승기엔 부동산시장으로 상당액 이동했지만 지금은 부동산 쪽으론 거의 흘러가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시장 대책을 무기한 연기한 탓에 당분간 부동산 쪽으로의 자금이동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중자금의 은행집중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은행들이 정기예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인상하면서 은행을 이용하는 메리트가 커졌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초 · 중반에 불과했지만 이제 연 4%정도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이 중 ·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해 왔고 코스피지수 1700선 이상에서 환매를 기다리는 주식형펀드가 만만찮게 있다는 점에서 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은행 예금에 가입하더라도 일단 단기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은행 예금 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란 차원에서다. 다만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천천히 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특판예금 등이 나오면 가입해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추천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