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4) "박지성 모셔라" 기업 광고 10여개…월드컵 모델료만 50억
"세계 일류 기업과 최고가 되려는 기업들이 박지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건 당연해요. 그의 인지도와 실력은 일종의 '품질보증서'죠.특히 아시아권에서 박지성만큼 프리미엄을 갖고 신뢰감을 주는 스포츠 스타는 없습니다. 그가 세계 최고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유니폼을 입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죠.이번 월드컵에서도 그는 영웅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겁니다. "

영국 런던의 맨유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리처드 아널드 마케팅 디렉터는 "소속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넘어질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3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 두 개를 건넸다. 맨유 후원사인 서울시와 금호타이어의 마케팅 내용과 효과가 정리된 책자였다.

서울시는 맨유에 25억원을 후원해 2008~2009 시즌 307억원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돼 있다. 매년 맨유에 50억원가량을 후원하는 금호타이어도 '박지성의 맨유'를 등에 업고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스포츠 스타'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선수를 직접 후원하거나 광고모델로 활용하면서 제품 가치와 브랜드 인지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 기간에도 몸값 수백억원짜리 선수들이 후원사들의 '보이지 않는 홍보대사'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이들은 기업의 후원 성적표뿐만 아니라 주가까지 좌우한다.

◆'주식회사 박지성'이 떴다

박지성의 헤어 스타일이 확 달라졌다. 약간 우스꽝스러운 바가지 머리에서 밝은 갈색으로 가볍게 염색하고 살짝 파마를 해 '엣지남'으로 변신한 것.지난달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 앞서 박지성의 변화를 발견한 네티즌 수사대는 '구준표 스타일'을 만들어낸 서울 청담동 헤어숍을 금방 찾아냈다. 뷰티살롱 제니하우스 관계자는 "박지성 선수는 8년 전부터 국내에 들어올 때마다 우리 숍을 이용하는 단골"이라며 "요즘 박지성 스타일로 해달라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맞아 박지성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최근 질레트 광고 촬영 때 박지성이 직접 찍은 셀카(셀프카메라) 덕분에 질레트의 '홍보지수'가 급상승했다. 박지성은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한방병원인 자생한방병원과 의료 협약을 맺고 척추 건강 캠페인 홍보대사로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광고모델 박지성의 가치도 상한가다. SK텔레콤은 국가대표 주장인 박지성과 응원단 대표 가수 비(정지훈)를 내세워 '2002년의 영광과 열정을 다시 한 번 재현하자'는 내용의 '인터뷰 편'을 방영해 인기를 끌고 있다. 박지성이 출연하는 광고는 이청용과 함께 나오는 삼성전자 파브를 비롯해 GS칼텍스 삼성그룹 질레트 페르노리카코리아(위스키 임페리얼) 등 10여개나 된다.

박지성은 1년 모델 계약으로 10억원가량을,6개월은 4억~5억원을 받는다. 이마트 롯데백화점 등과 3개월 미만의 단발성 광고도 적지 않다. 광고 금액만 5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게 업계의 추정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타 김연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유호성 페르노리카코리아 본부장은 "박지성의 소통 리더십이 제품의 이미지와 잘 맞아 광고 모델로 기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캐릭터와 네이밍라이선스를 활용한 제품도 등장했다. 편의점 GS25는 삼각김밥 소시지 등 박지성이 좋아하는 상품과 월드컵 응원복인 붉은색 티셔츠에 이르기까지 '박지성 상품'을 단독 출시했다.

박지성은 지난해 9월 맨유와 2012년까지 3년간 연봉 73억원에 재계약했다. 박지성의 주급은 올 시즌 맨유 1군에 오른 36명 중 긱스 스콜스와 더불어 팀 내 7위권.후원사인 나이키로부터 연간 1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는 데다 수당과 우승 보너스,50억원가량의 광고료까지 합치면 올해 14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호 HS애드 차장은 "올 초 기업들에 '박지성을 잡으라'는 특명이 떨어졌다"며 "박지성의 가치는 월드컵 초반에 이미 후끈 달아올랐고 월드컵 성적에 따라 더 뛸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너도 나도 빅스타 후원

빅스타들에게는 글로벌 기업들이 달라붙고 있다. 포르투갈의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해 연봉으로 1550만달러(172억원)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나이키,조르지오 아르마니,코카콜라,EA스포츠 등으로부터 받은 광고모델 비용은 1450만달러로 연봉과 맞먹는 수준이다.

데이비드 베컴은 배(연봉)보다 배꼽 (광고료)이 더 큰 케이스.지난해 수입 4000만달러(444억원) 중 3300만달러(366억원)가 광고 수입이다. 연봉보다 광고 수입이 5배나 많았다. 베컴은 아디다스,조르지오 아르마니,모토로라 등 글로벌 브랜드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간판 리오넬 메시 뒤에는 아디다스 펩시 코나미 등이 버티고 있다. 소속팀인 FC 바르셀로나에 우승컵을 안긴 것처럼 아르헨티나를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으로 이끌 경우 관련 기업의 스포츠마케팅 효과도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호나우디뉴(AC 밀란)는 나이키 뉴트리라이프 코니카 펩시 등의 광고모델로 활약 중이다. 이처럼 스포츠용품 업체뿐 아니라 건강식품 음료 의류 등 다양한 업종에서 '빅스타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빅스타가 벌어들이는 금액은 웬만한 중견기업의 연 매출에 버금가고 그로 인한 파급 효과는 측정하기도 어려울 정도"(남지연 오리콤 국장)라는 게 빈말이 아니다.

◆신뢰를 입혀라

기업들이 스타에게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기업들이 스포츠선수를 고를 때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는 이미지다. 기업이 추구하는 진정성을 선수를 통해 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이나 브랜드의 신뢰도를 심어줘야 하는 것도 기본이다.

전문가들은 스타를 모델로 기용할 때 장기적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한다. 그때그때의 이슈와 인기에 편승해 선수를 활용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선수를 돕는 파트너의 이미지를 심어줘야 서로 윈-윈할 수 있다. 그래서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미리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웅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장은 "기업이 선수와 함께 커나간다는 컨셉트로 접근할 때 효과가 높다"며 "올해 광고시장은 김연아(동계올림픽)로 시작해 박지성(월드컵)에 이어 박태환(아시안게임)으로 끝나는 만큼 스포츠 스타에 대해 더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런던(영국)=김주완/김진수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