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인재를 키우고 좋은 직장에 취업시키는 것,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화석유화학 전무에서 대학 교수로 변신한 지 6년이 된 울산대 생명화학공학부 김대식 교수(62)는 “인생2막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데 대학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요즘 눈만 뜨면 직장인 울산대학교 대신 자신이 과거 30여년간 몸담았던 울산 석유화학 공장으로 곧장 향하는게 습관화 됐다.

김교수는 “고용없는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학생들의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틈만 나면 후배 공장장들을 만나 취업 청탁을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그의 노력 덕분에 울산 석유화학공장 곳곳에는 울산대 생명화학공학부 학생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

현재 그의 공식 직함은 울산대 생명화학공학부 산학협력 전임교수다. 일주일에 한과목(3시간) 배정된 강의를 제외하면 그에게 주어진 학교일은 그리 특별한게 없다. 보수도 일반 대졸 신입사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과거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인생 2막의 새로운 활력을 대학에서 찾고 있다.

김교수는 기업이 대놓고 말 못할 고충을 대신 말해주는 ‘고충 해결사’라는 새로운 직함도 덤으로 얻고 있다. 교수가 된후 주변 눈치 안보고 쓴소리를 마음껏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석유화학공장에서 느껴왔던 기업규제의 문제점을 공개리에 비판하며 개선방안을 찾도록 여론화하는데 교수만큼 좋은 자리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전문가 강연이나 세미나, 신문 기고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석유화학 산업에 거미줄처렴 처져있는 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의 날을 세운다. 그는 지난해 소방방재청이 제정을 추진중인 ’석유화학 안전관리 특별법‘ 반대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공장 설립 때부터 이중ㆍ삼중의 안전시설 투자와 안전관리, 시설유지보수 노력등으로 재해율이 어느 산업보다 낮다”며 “안전관리 강화를 명분으로 또하나의 규제의 전봇대를 설치할 뿐이다”고 석유화학 안전관리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그를 두고 울산석유화학업계에선 “기업의 가려운곳을 속시원히 긁어주는 기업지킴이”라며 존경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는 “공장장 퇴임 당시 10여개의 중소화학업체들이 연봉 3-4억원의 조건을 내걸고 사장으로 영입하겠다는 제의를 만약 받아들였다면 지금 후배 공장장들이 좋아했겠느냐”며 “대학교수가 된게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교수가 울산대와 첫 인연을 맺게된 것은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는 정정길 전 울산대총장의 역할이 컸다. 정 전 총장은 당시 기업체 경영진을 산학협력 겸임교수로 초빙해 울산대에서 현장 실무강의를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가 산학협력의 중매쟁이 역할에 사력을 다하는것도 인생2막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 정 전총장에 대한 보은의 뜻이 담겨있다. 그는 울산대 산학협력 시행초기 3-4명에 그쳤던 울산 석유화학 공장장 교수진을 지금은 30여명으로 늘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하성기 S-oil 수석 부사장,김의진 한주 부사장,박승언 카프로 전무,이자형 KP케미칼 공장장 등이 겸임교수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울산시가 은퇴CEO로 구성한 전문경력인사 지원센터에도 시정자문위원으로 참여해 30년간 쌓아온 석유화학 노하우를 울산공단에 전수하는 조력자 역할도 하고 있다.

김교수는 지난해부터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이 해마다 개최하는 녹색에너지 산업전시회 추진위원장도 맡아 울산저변에 녹색에너지 토대를 쌓는데 혼신을 다하고 있다.그는 지난 2005년 한화석유화학 공장장 재직중 관련 업계 최초로 인근의 태광산업에서 쓰고 남은 폐에너지원을 버리지 않고 스팀으로 대체해 에너지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기업간 상생의 에너지 네트워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김교수는 “기업을 사랑으로 대하면 무한의 경쟁력을 발휘하고 사회에 환원규모도 그만큼 커질수 있지만 규제를 할려고 들면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게된다”면서 “50년 한국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석유화학산업이 이제 녹색강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