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제한·배상책임제 검토할만
비대면 채널의 급속한 성장을 가능케 했던 요인은 바로 가입의 편리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였다. 주로 전화를 통해 판매가 이뤄지는 특성상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데다 설계사 인력 및 사무실 운영 등의 비용을 절감해 대면채널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낮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홈쇼핑의 보험판매에서 지적됐듯이 비대면 채널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문제점 역시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불완전 판매란 '중요 사실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계약 당사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보험 판매' 등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보험의 경우 불완전 판매 문제가 여타 금융업에 비해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이 판매채널 관련 법안과 규정을 개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소비자보호를 강화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늦게나마 감독당국이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은 환영해야 할 일이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으로 생명보험협회는 과장광고로 인해 발생되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보험 광고 자율심의 규정을 개정해 지난 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규정의 주요 골자는 '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의 오인지 및 이로 인한 불완전 판매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14개의 필수 안내 사항을 포함한 상품 정보를 광고 속에 음성과 자막으로 모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협회의 광고규제 강화 취지는 그동안 과대광고 등으로 제기됐던 비대면 채널의 불완전 판매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강화된 광고 규제에 따르면 정해진 광고 시간 내에 14개의 필수 안내 사항을 쏟아놓아야 하는데, 이는 짧은 시간 내에 소비자의 니즈를 끌어내야 하는 광고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규제 강화로 인해 소비자의 민원은 줄어들지 모르나,광고를 통한 영업이나 비대면 채널 판매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비대면 채널이 불완전판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을 마주한다면,비대면채널로 팔 수 있는 상품과 팔 수 없는 상품을 구분하는 등 상품별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를 검토할 만하다. 과거 많은 사례들을 보았을 때 규제의 강화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며 오히려 새로 성장하기 시작한 채널의 장점마저도 사장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채널의 건전한 육성과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려면 비대면 채널의 판매상품을 단순한 보험상품에 국한시키고 만약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경우 사후적으로 배상책임제도 등을 도입해 제조자와 판매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산업이든 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성장을 위축시키는 규제보다는 질적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합리적인 규제 간의 밸런스 유지가 관건이다. 보험업에 있어서도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의 '윈-윈'을 위해 불완전 요인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보험의 순기능이 저해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을 기대해 본다.
이민환 < 인하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