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하다보면 프로나 아마추어 가릴 것 없이 부상을 입기 마련이다. 필자도 운동하다가 여러 차례 다친 경험이 있다. 중학교 때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찬다는 것이 돌을 차는 바람에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든 피멍은 40대를 넘겨도 남아 있었다. 20년 전쯤 스키를 배우다가 다른 사람의 폴(pole)에 내 눈 바로 위가 찍힌 충격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본의 아니게 가해자가 된 적도 있었다. 골프 라운딩 도중 드라이버로 친 볼이 전방 우측에 있는 바위에 맞으면서 뒤 홀에서 퍼팅하는 분의 허벅지를 맞힌 아찔한 일도 떠오른다.
PGA 골프선수조차 OB를 내는 것을 보면,둥근 볼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속성을 지닌듯 싶다. 결국 경기자는 항상 사고의 언저리에서 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는 경기자는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하며,이는 기본적 의무이자 에티켓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안전불감증이 만연돼 있다는 사실이다. 사고 위험이 곳곳에 널려 있지만 평소엔 위험으로 느끼지 않는 것이 습관이 돼 상당수 경기자는 규칙이나 매너에 무심하다.
룰을 무시하거나 안전시설 미비로 일어난 스포츠 사고는 이를 겪거나 목격한 본인과 주윗사람에게 오랫동안 심리적인 고통 및 스트레스를 안겨 줄 수 있다. 비록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사소하게 보이는 사고일지라도 직접 경험한 본인에게는 쉽게 헤어나기 어려운,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trauma)가 될 수 있다.
나는 눈 바로 위를 스키 폴로 찍힌 후에는 스키를 타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그래서 스키 타는 것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생각했었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전을 코앞에 두고,연습 중이던 그루지야 루지 종목 선수의 느닷없는 죽음은 스피드를 생명으로 하는 스키선수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실패와 좌절도 끔찍한 사고와 함께 스포츠의 또 다른 어두운 그림자일 것이다. 실패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나 부담감을 털어내고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하는데,여러 번 실패한 사람에겐 그것이 쉽지 않다.
나는 수영을 배우면서 지진아(遲進兒)의 심정을 느껴보았다. 왜 그리 자유영을 하지 못해 애를 먹었는지? 약간 고개만 돌리면 되는 숨쉬기가 안 돼 헤매면서 열패감을 실감했다.
하루아침에 부정적인 사고를 깨끗이 지우고 긍정적인 믿음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는 어렵다. 누군가와 상처를 공유할 수 있고 격려 받을 수 있을 때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 밖 삶의 이곳저곳에서도 실패와 좌절,사고의 경험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들이 하루빨리 트라우마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주위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juhlee@hwaw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