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가 24일 선보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LPGi'는 지난 1998년 ’마티즈‘의 최초 모델이 출시된 지 13년 만에 나오는 액화연료가스(LPG) 모델이다.

'마티즈 LPG'가 나오기 전까지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차는 경쟁모델인 기아자동차의 ‘모닝 LPi’가 유일했다. 1000cc 이하의 경형 승용차인 이들 차량은 LPG 전용 차량이 아님에도 모두 일반인이 구입해 탈 수 있다. 다양한 세제 지원과 주차.통행료 감면으로 경제적인 혜택이 많은 경차에 연료비 절감이라는 이득까지 주는 것이다.

대도시에서 이 차를 타고 출근하는 경우를 상정해 24일 오전 교통체증이 채 풀리지 않은 서울 도심 일대를 달려봤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LPGi의 외관은 기존 모델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없다. 똑같은 차에 995cc 경차 전용 LPGi 엔진을 얹었다.

이 엔진은 낮은 압력의 기체 상태 분사방식을 사용하는 엔진이다. 자체 충전압력 또는 연료펌프를 통해 공급된 액체가스를 기체 상태로 전환, 인젝터로 분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성능뿐만 아니라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까지 실현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키를 꽂고 시동을 걸었다. 일반적인 LPG차가 연료가 주입되기 까지 수 초가 걸리는 것과 달리 곧바로 시동이 걸렸다. 마티즈에 적용된 LPG엔진은 저온에서만 연료펌프가 작동돼 LPG차량의 문제점으로 지목돼 온 저온시동능력을 개선했다고 개발진은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차를 몰고 도로로 나선 것은 오전 9시를 갓 넘겼을 무렵이었다. 시승코스는 서울 남대문 대우재단빌딩을 출발, 반포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를 타고 한강 선유도공원을 반환점으로 강변북로를 통해 출발지로 돌아오는 길. 출근길 정체의 여파가 가득한 상태다.

변속기를 주행(D)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반응은 꽤 빠른 편이었지만 초반 가속이 조금 느리다. 실용영역인 시속 60km대에 진입할 때 까지 더딘 느낌을 받았지만 혼잡한 도심을 가득 메운 차량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마티즈 LPG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9.5초다.

'LPG는 가솔린에 비해 힘이 약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수치상으로 나타난 제원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마티즈 LPG의 최고출력은 65마력, 최대토크는 9.3kg·m이다. 가솔린 모델(70마력·9.4kg·m)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성능은 아니다. 다만 오르막길을 오를 때에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도 보였다.

성능의 한계치를 시험해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교통체증은 심각했다. 연비 위주로 차량을 운행해보기로 했다. 마티즈는 차량 운행정보를 알려주는 트립컴퓨터에서 평균연비를 계산해 주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때문에 실제 주행거리와 컴퓨터가 나타내는 주행가능거리를 비교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운전대를 잡았을 당시 주행가능거리는 약 390km를 나타냈다. 이후 평균시속 40km 안팎으로 20km 정도를 달려봤더니 주행가능거리가 360km를 약간 넘어서고 있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던 정체된 주행코스를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가속능력이 그리 경쾌한 느낌은 아니지만 차량 추월과 차선 변경에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자그마한 몸집 덕에 선회력은 뛰어나다. 코너링을 공략할 때에도 회전각이 깊지 않아 운전하기 쉽다는 인상을 받았다. 서스펜션(차량 밑바닥 충격흡수장치)은 단단한 편이지만 노면의 충격을 받고 크게 튀어 오르는 정도는 아니다.

실용영역인 시속 60~80km대에서는 원활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엔진소음이 경차 치고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급가속을 할 때나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약간은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변속 기어비는 매우 팽팽하다. 이는 "한국인들의 운전습관에 맞춰 가속비를 조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개발진의 설명이다.

전체적으로 도심 출퇴근길은 물론, 일반적인 주행에 있어 크게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성능을 보였다. LPG가격이 최근 오름세를 보이기 있지만 연료비 절감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가솔린 차량에 비해 여전히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추가된 편의사양과 기본 적용된 동반석·사이드 에어백도 초기 구입가격 부담을 줄여준다.

마티즈 LPG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릭 라벨 GM대우 판매담당 부사장은 이날 "구체적인 판매 목표는 밝힐 수 없지만 LPG엔진과 수동변속기를 탑재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모닝 LPi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인 용도로 승용차를 운전하며 실용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