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대 의대 신경과 프랭크 윌슨 교수는 어떤 악기의 연주법을 익히는 것은 뇌속의 신경 시스템을 정교하게 발달시킨다는 이론을 내놨다. 음악의 멜로디가 좌 · 우 뇌에 고루 영향을 미치고,리듬과 화음은 왼쪽뇌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바스티안 교수팀은 노래를 부르면 면역 체계가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성가 대원들을 상대로 노래를 부르기 전과 후의 혈액 성분을 검사해보니 노래를 부른 뒤에는 항체로 작용하는 단백질과 항스트레스 호르몬의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음악이 즐거움을 주는 것은 물론 정신 · 심리 치료,재활 치료,학습 능력 향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를 낸다는 것은 이제 정설이다. 불가리아 정신과 전문의 게오르그 로자노프 박사는 특정 리듬의 음악을 들으면 심장 박동이나 뇌파도 그에 맞춰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지어 채소나 야채에 새 · 바람 소리 등이 삽입된 음악을 들려주면 더 잘 자란다는 '음악 농법'까지 등장했다.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성질이 급한 사람에게 바흐 음악을 주기적으로 들려주면 안정을 되찾고,모차르트 음악은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며,바그너 음악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등의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광고나 영화,드라마에서 배경음악이 상당한 역할을 하는 점만 봐도 우리 삶에 직 · 간접적으로 미치는 음악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우리 중견기업이 '졸업식 노래' 등이 저장된 디지털피아노 1만대를 베트남 초등학교에 기증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베트남에서 건설사업을 해온 부영은 현지 학교 졸업식 때 딱딱한 국가만 연주되는 것을 보고 서정적 멜로디에 베트남어로 번역된 가사가 담긴 디지털 피아노를 제공,각종 행사와 음악교육에 쓰도록 했다고 한다. 피아노에는 '졸업식 노래'와 함께 '고향의 봄''아리랑' 등 우리 고유의 정서가 담긴 노래들도 저장돼 있어 베트남 학생들 사이에 한국과 한국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군사력이나 선교활동이 큰 역할을 했으나 이젠 음악 영화 등 문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강제가 아니라 자발성에 의해 거부감 없이 현지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노래 기증이 문화교류와 시장개척의 일석이조 효과를 내는 아이디어로 주목되는 이유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