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적립식 투자는 100년 만의 위기라는 이번 금융 위기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 투자 시기를 분산함으로써 주식의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증시 급락에 따른 리스크를 피했기 때문이다.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펀드들이 적지 않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장수펀드인 '미래에셋인디펜던스'의 적립식 투자자들은 2001년 2월 설정된 이후 자금을 꾸준히 넣었다면 160.84%의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 정기예금 수익률의 다섯 배를 넘는다.

펀드는 이처럼 단기 '대박' 환상을 버리고 장기 투자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적립식으로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주식형펀드는 어떤 자산보다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매달 자금 넣어야 매입단가 하락효과 커

출시된 지 3년이 넘은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와 '슈로더브릭스'는 투자원금(설정액)만 3조원을 넘어 해외펀드의 쌍두마차로 꼽힌다. 이들 펀드에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아직 손실을 보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적립식으로 투자한 가입자들은 모두 수익을 올리고 있다.

5일 펀드평가업계에 따르면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의 경우 2년 거치식 손실률은 30%를 넘지만 적립식 투자자는 최소 6% 이상 수익을 내고 있다.

브릭스펀드의 대명사인 '슈로더브릭스'도 적립식 투자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07년 7월부터 시작한 적립식 투자자가 수익률 7%로 가장 낮을 정도다.

또 출시된 지 2년된 'JP모간러시아펀드'는 거치식이 60% 넘는 손실을 보고 있지만 적립식은 마이너스 2%대로 원금 회복을 코앞에 두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 적립식으로 장기투자했어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01년 7월 만들어진 '미래에셋디스커버리'는 8년4개월 동안 175%의 '대박'을 내고 있다. 매달 10만원씩 총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2750만원으로 불어났다는 얘기다. 이 기간 정기예금에 꾸준히 넣었다고 해도 수익률은 30.94%로,원리금은 1387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였던 2007년 10월 말에 가입했더라도 '미래에셋디스커버리'의 적립식 투자자들은 9.08%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 달도 빠짐 없이 자금을 꼬박꼬박 넣었을 때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0월 이후 납입을 중지했다면 아직 5.83%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작년 10월 이후 적립을 멈췄다가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회복한 올 5월 이후 뒤늦게 투자를 재개한 경우도 마이너스 1.72%로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컨설팅연구소장은 "적립식투자의 '코스트 애버리징'(평균 매입단가 하락)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매월 일정 금액을 꾸준히 납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도 "장기투자는 분산투자를 병행해야 한다"며 "투자 시점에 대한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 바로 적립식 투자"라고 말했다.


◆노후대비 투자엔 세제지원해야

적립식은 이처럼 장기투자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 강 소장은 "1980년 이후 28년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에 3~5년을 투자했다면 어느 시점에 시작했어도 수익을 냈을 확률이 8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투자기간을 5년 이상 유지하면 수익을 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조건 오래 투자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며 "싼 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며 투자자산에 거품이 끼면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 소장은 "대박을 바라기보다 정기예금 수익의 2~3배 정도를 목표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며 "2007년 가을처럼 증시에 거품이 일게 되면 일정 부분 환매해 자산을 새로 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형과 채권형,유동성자산(현금) 비중을 5 대 4 대 1로 유지하고 있다는 강 소장은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자신의 위험 성향에 맞게 짠 투자자산 비중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주가가 폭락해 자산 내 주식형비중이 줄어들면 채권형이나 유동성자산을 줄여 주식형으로 옮기고, 반대로 증시가 오르면 주식형 비중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국민들의 장기 투자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연금 성격의 펀드에 대한 세제 지원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장기투자 상품인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시장이 부진한 것은 장기투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연금식 투자는 20년 이상씩 이뤄지고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정책과 맞물려 있는 만큼 소득공제와 같은 세제 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들은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을 통해 장기투자의 유인책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