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워싱턴 포트 맥네어 기지의 체육관에서 운동을 마치고 걸어나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깜짝 놀랄 정도로 훌쭉해 보였다. 격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농구 경기 직후였기 때문일까,아니면 헐렁한 검은색 운동복 상 · 하의 탓이었을까. 다양한 분석이 뒤따랐다.

본래 오바마 대통령은 약간 마른 체형이다. 지난해 대선 이전까지 키 186㎝,몸무게 80㎏ 안팎으로 추정돼왔다. 체중은 같은 신장의 미국인 평균치보다 4~5㎏ 적다. 근육질 몸매로 유명한 영화배우 출신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한때 오바마의 팔뚝이 너무 가냘프다고 놀리기도 했다.

4일로 대선 승리 1주년을 맞는 백악관 측은 이런 대통령의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게 싫지는 않은 눈치다. 한 백악관 소식통은 "대통령이 때로는 식사를 거르며 제대로 쉬지도 않고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이지 오바마 대통령 앞에는 각종 난제가 쌓여 있다.

정치적 모험을 걸다시피 한 의료보험 개혁은 진보와 보수세력 간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국론분열 양상을 보였다. 경제 살리기 노력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다. 지난 1분기 - 6.4%로 추락한 성장률이 3분기 3.5%로 반전했지만 7870억달러의 초대형 경기부양책과 제로금리라는 확장적 재정 · 통화정책의 응급주사 덕분으로 지적된다. 지난 9월 9.8%인 실업률은 연내 10%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9월30일 마감한 올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4200억달러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들과 가진 회동에서 "독일 경제는 노조 조직률이 높은 데도 수출 비중이 40%에 이른다"며 "미국은 뭔가 부족하다"고 부러워했다. 아울러 "더 이상 미국이 다른 국가들의 성장을 위한 엔진 노릇을 해선 안된다"면서 "미국은 공정한 경쟁과 공격적인 무역정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신이 주창한 세계무역 불균형 해소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외교 · 군사정책 분야에서는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문제가 골칫거리다. 북핵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북 · 미 양자대화를 갖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협상 테이블에 앉아봐야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군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미군 사상자가 속출하자 대규모 추가 파병을 아직껏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대선 승리 1주년의 무게는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지난 2월 약 7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6개월째 57%,최근에는 51%까지 미끄러졌다. 라스무센 조사에서는 지지율 47%,비지지율이 52%로 지지층과 반대층이 역전됐다. 당선 1년 하루 전에 열리는 뉴저지주와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뉴욕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전패할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려 있다. 오바마는 이 같은 냉엄한 현 주소를 의식한 듯 최근 플로리다주 민주당 기금모금 행사에서 "내가 단지 말랐다고 해서 강인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며 "나는 여기저기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애써 강조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