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제한적 개헌' 발언으로 정치권 내 개헌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정치개혁은 국회의 몫"이라며 청와대의 행보에 보폭을 맞춘 반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개헌 논의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정몽준 대표는 16일 당내 초선모임인 '선초회'와의 조찬 간담회에서 "개헌을 비롯해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등 정치개혁은 국회의 몫"이라면서 "국회가 헌법에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미국은 4년 중임제이지만 우리는 5년 단임제로 재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면서 "대통령이 밝힌 바대로 헌법제도상 초당적인 정치를 운영하는 게 근본정신"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 · 중진 연석회의에서도 "나는 그동안 개헌 논의가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해왔다"면서 "특히 국회에서 항상 몸싸움하고 격돌이 있는데 지금 여야 대화가 절대 부족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청와대 지원사격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도 계속됐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0%가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G20 회원 국가 중 2~3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라면서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친서민,중도실용,초당적 국정운영이 성과를 올리는 만큼 개헌 등 정치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세균 대표는 "개헌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도 미흡하고 충분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아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지는 게 온당하다"며 "개헌의 필요성엔 동감하기 때문에 이른 시일 안에 민주당이 어떤 개헌을 하려는지,선거구제 개편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안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개헌을 논의하는 건 정치적으로 이용될 뿐 진정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상호 대변인은 "개헌을 논의하려면 개헌안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한 가지 법안을 놓고도 1년 넘게 여야가 싸우는데 개헌 같은 중요한 문제를 뚝딱 할 순 없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동회/민지혜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