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회 시험도 매우 어렵다는 응시자들의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사전에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난이도는 지난 회와 비슷할 것으로 테샛 출제위원회(위원장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보고 있다. 이번 시험에는 회계나 상법 등에 대한 이해력을 묻는 문제가 다수 출제되었다. 이를 위해 출제 교수진에 회계학 교수와 상법 교수들이 새로 포함되었다. 종합적인 경제지력을 평가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출제 분야가 유지될 것이라고 테샛 위원회는 밝혔다.
이번 시험 역시 단순 지식과 시사 상식 문제를 최대한 줄이고 경제지력과 사고력,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양적완화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 등 각국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내놓고 있는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둘러싼 최근의 경제 흐름을 묻는 문항이 많이 포함되었다. 세계적으로 논란이 많은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항이 포함된 것도 눈에 띄었다.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있는지,기업의 본질을 알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문제는 여전히 높은 비중으로 출제되고 있다. 이들 문항은 이번 시험부터 적용되는 T-MAI (시장경제 친화지수)를 평가하는 주요 항목들인 만큼 5회 시험에서도 지속적으로 출제되는 문제 유형이다. 수험생으로서는 이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테샛 출제위원회 측은 밝혔다.
이번 시험부터는 경영 관련 문제가 많아졌다. 이사회의 권한이나 회계상의 거래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묻는 문제들이 이런 영역의 문제다. 주식의 양수도에 따르는 권리를 묻는 문제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수험생들 역시 "진땀을 흘렸다"는 반응이 많았다. 경제학 아닌 인문학적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 유형은 테샛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일정 문항 수가 출제되었다. 흥부전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는 맞히느냐 아니냐를 떠나 문제를 풀면서 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소위 '문제를 통한 학습'(problem based learning)의 대표적인 문제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일정 비중으로 출제될 예정이다.
지난 회에서는 대공황 당시의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항으로 출제되었다. 또 예를 들어 베니스의 상인이나 허생전이 언제 출제될지 모르기 때문에 테샛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인문적 소양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테샛을 베끼고 있는 유사 시험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테샛만의 독보적인 특징이다.
시사 분야에선 통화 세금 채권 상속세 등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개념들이 예상대로 출제되었고 석유제품 반도체 등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 중요 산업에 대한 이해를 묻거나 증권 시장에 대한 기초 상식을 묻는 문항도 전회 시험과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됐다. 이번 시험에선 특히 존 롤스의 '정의론'이나 '대중의 성격'을 묻는 경제철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 문제는 대체로 논리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출제된다. 테샛 시험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판단 영역에서는 연역과 귀납을 아우르는 사고력을 갖추고 있는지,이를 기반으로 경제적 사건을 스스로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문제들이 출제되었다.
테샛은 30명의 국내 경제 · 경영학계 석학 교수단과 법학 교수들이 출제하고 출제자들이 크로스체크하는 검증 과정과 엄격한 파일럿 테스트 과정을 거쳐 출제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