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국회로 옮겨 안치
◆이별의 손수건 관에 넣어
입관식은 이날 오전 11시45분께 장례식장 1층 안치실에서 시작됐다. 고인을 정성스레 씻긴 뒤 이희호 여사가 손수 준비한 수의를 입히는 염습(殮襲;죽은 사람의 몸을 씻긴 뒤 옷을 입히고 염포로 묶는 일)과 용안화장이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고락을 함께했던 권노갑 한화갑 전 의원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19명의 참관인들은 촛불을 들고 유리창 너머로 입관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오후 1시30분께 윤일선 서교성당 주임 신부의 주관으로 천주교식 입관 미사가 거행됐다. 전날 링거를 맞는 등 몸이 불편해 동교동 사저에서 밤을 보낸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왼쪽 곁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 여사와 아들들,손자,손녀들은 돌아가면서 시신 위로 성수를 뿌렸다. 성수가 흩뿌려질 때마다 입관실과 참관실에선 울음이 터져나왔다. 파킨슨씨병으로 투병 중인 홍일씨는 휠체어에 앉은 채 아버지를 지켜봤고,홍업씨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한참을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어 유가족들이 마지막으로 김 전 대통령을 볼 수 있는 참관의식에서 이 여사는 정치적 동지이자 반평생을 함께한 남편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선물을 꺼냈다. 이 여사는 자서전 '동행'과 마지막으로 쓴 편지,생전 즐겨보던 성경책,고이 접은 손수건을 관에 넣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이 입원 내내 배에 덮고 있던 손수 짠 보온용 덮개를 살포시 덮어주었다. 이어 측근과 비서관들도 김 전 대통령의 관 주위를 돌면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시민들 운구행렬에 손 흔들어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선두로 오후 4시15분께 운구행렬이 모습을 나타내자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이 '대통령님'을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영정을 든 2남 홍업씨의 장남 종대씨(23)는 힘없이 정면만을 응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 종대씨를 각별히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운구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전 실장 측근 16명이 맡았다. 김 전 대통령의 관을 실은 캐딜락 영구차 조수석에는 종대씨가,뒷좌석에는 두 아들 홍업 · 홍걸씨가 앉았다. 선도차 · 경호차 등이 영구차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 도로 양편에는 시민들이 나와 영구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국회 광장에는 민주당 의원들과 정부측 인사,일반시민들이 도열해 운구 행렬을 맞았다.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은 본관 앞에 임시로 설치된 건물에 안치됐다. 유가족과 국회의장단 순으로 분향이 시작됐고 운구행렬을 기다리던 시민 500여명도 이어 분향을 했다. 24시간 조문을 받는 국회 분향소에는 밤늦게까지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서보미/김일규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