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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조문(弔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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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갈 것이다/바람도 나무도 잠든 한밤에/죽음이 가고 있는 경건한 발소리를/너는 들을 것이다/죽음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가을 어느 날/네가 걷고 있는 잎 진 가로수 곁을/돌아오는 죽음의/풋풋하고 의젓한 무명의 그 얼굴…/죽음은 너를 향하여/미지의 제 손을 흔들 것이다/죽음은 네 속에서 다시 숨쉬며 자라갈 것이다. '(김춘수 '죽음'중)

    조선시대엔 '주자가례(朱子家禮)'에 따라 상가에서 곡소리가 끊겨서는 안되는 것으로 여겼다. 유족들은 장례가 끝날 때까지 울고 또 울어 목이 쉬고 탈진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조문객들이 함께 밤을 새우며 유족의 슬픔을 덜어줬다. 요즘도 직접 조문을 하고 가능하면 긴 시간 머무는 것을 미덕으로 친다.

    상가에선 지켜야 할 예절도 많다. 장의(葬儀) 진행에 불편을 주지 말고 유족과 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삼가야 한다.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나 친지를 만나더라도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선 안되고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이 좋다. 사망 원인,경위 등을 유족에게 상세하게 묻지 않는 것도 지켜야 할 일이다. 모두 고인을 욕되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네 상가가 지나치게 왁자지껄해진 것은 근래의 일이다. 술에 취해 큰 소리로 떠들거나 화투에 빠져들어 이런저런 시비를 벌이기도 한다. 소설가 이청준씨는 삶과 죽음,슬픔,들뜸,놀이 등이 뒤섞인 기묘한 상가 분위기를 '축제'에 비유해 그려내기도 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상가가 고인을 경건한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자리여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공자도 '상례(喪禮)의 근본은 형식이 아니라 슬퍼하는 마음'으로 봤다. 상가는 또 남은 이들끼리 상실의 아픔을 껴안고 화해의 손길을 나누는 마당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행렬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생전에 갈등을 빚었던 사람들까지 빠짐없이 찾아와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평생 민주화와 남북협력을 위해 헌신한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일 게다.

    이제 중요한 건 지역감정이나 이념논란 등 남겨진 숙제를 해결하는 게 아닐까. 그것이 고인에게 지워진 역사적 짐을 홀가분하게 덜어주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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