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1210원대로 내려앉았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40전 하락한 12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1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해 10월14일의 1208원 이후 가장 낮은 환율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이달 중 1200원 선을 하향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중 최저점이 깨진 데 따른 시장의 관성이 남아 있고 국내외 주가 상승과 경기 회복세가 환율이 하락할 만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하락 속도는 다소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록 주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환율 하락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달러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 등이 이유다.

김두현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최근 환율 하락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고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남아 있다"며 "추세적으로는 하락세가 이어지겠지만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이 12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원화로 환산한 수출 실적이 감소해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현재까지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하반기 평균 원 · 달러 환율을 1200원대 중반으로 가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해 아직은 환율이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내려갈 경우에는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과 외환 수급,수출입 규모,물가 등을 고려한 적정 환율은 1170원대라며 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할 경우 수출 기업의 수익성 하락과 무역흑자 감소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상반기 대비 하반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현재 환율이 상반기 평균 환율(1351원14전)과 비교하면 이미 130원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함께 수출 물량이 늘어난다면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상반기보다는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이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내수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